오는 6월 지방선거와 관련해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 시한은 선거 180일 전인 지난해 12월 13일이었다. 이 전에 광역시·도 의원과 시·군·구 의원의 정수를 확정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아직껏 확정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 특별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무산됐다. 결국 20일 본회의에 관련 법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여야는 오는 28일 본회의 처리에 최선을 다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이 또한 장담하기 힘들다. 광역의원 정수를 2014년 지방선거의 789명 보다 증원돼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이뤘지만 증가 폭과 지역별 정수 등 구체적인 규모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선거제 개편의 핵심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은 아예 뒷전으로 밀려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 2일 광역기초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데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0일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해도 이 안이 각 시도지사에 제출되는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촉박한 상태인데 더 늦어졌으니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정치신인들이다. 예비후보자 등록을 해야 선거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데 이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후보 등록이 늦어질 수 있고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할 경우 엉뚱한 선거구의 유권자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벌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유권자들 역시 후보 됨됨이와 공약을 따져볼 시간이 줄어든다. 알 권리를 빼앗기는 셈이다. 선관위의 업무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선거비용 제한액을 이미 공고했는데 이를 다시 재산정해 공고해야 한다.

국회가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을 법정시한 내에 처리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치러진 직전 지방선거 때도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애초 2월 21일이던 기초의원 후보자 등록을 3월 2일로 연기하기도 했다. 상습적으로 선거구 획정은 제 때에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를 막을 제도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것은 당리당략 때문이다. 후보자나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고 각 당이 자당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다 보니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구 획정문제 만큼은 국회가 아닌 독립적인 기구를 통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식의 현행 제도로는 개선이 요원하다. 정당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중립적이고도 독립적인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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