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미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수석무용수

 

대전은 대한민국에서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충청권에서 가장 큰 도시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학문과 예술의 중심지라는 데도 이견이 없다. 대전은 전국 유수의 대도시와 비교할 때 역사가 짧은 도시이다. 이제 100년이 갓 넘는 역사를 가졌다.

그러다 보니 유서 깊은 역사도시와 비교할 때 모든 분야의 뿌리가 얕은 것은 사실이다. 현재 중심적 위치에 서 있음에도 그 뿌리는 깊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도시의 역사가 짧아 문화의 뿌리가 깊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뿌리가 얕을 뿐이지 저변이 취약한 것도 아니고 실력이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문화와 예술 분야를 놓고 볼 때 대전은 결코 타 도시에 비해 뒤지지 않는 향유 인구를 보유하고 있고, 시설 면에서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가 연중 이어지는 도시이다. 각 급 학교에서 문화와 예술 교육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기량 있는 유망주들이 분야별로 쏟아지고 있다. 뿌리가 얕다고 해서 현재의 문화 예술 수준이 떨어진다고 단정 짓는 것은 옳지 못하다.

대전에서 나고 자라며 예술인으로 살았다. 춤이 좋아서 춤을 추었고, 앞으로도 계속 춤과 함께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대전은 전국에 몇 안 되는 시립국악원을 운영하는 도시이다. 시립국악원이 있어 그 곳에서 단원으로 젊음을 바칠 수 있었다. 내가 속한 국악원이 있어 원 없이 춤을 출 수 있었고, 예술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살 수 있었다. 시립국악원이 없는 도시에서 태어나 무용을 배웠다면 이토록 좋아하는 춤추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살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대전이 문화적 저변이 취약하고 낙후된 지역이란 의식은 편견이고 지나친 자기비하이다. 대전은 어느 도시 못지않게 활발한 문화 예술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시민들이 그것을 향유하고 있다. 연중 많은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고, 시민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새롭게 각 분야별 예술 활동에 뛰어드는 어리고 젊은 지망생들도 많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문화도시로 성장해 나갈 가능성이 어느 곳보다 높은 상황이다.

예술 활동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격조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예술을 즐길 줄 아는 삶이 아름답고 행복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춤사위를 보면 누구나 감동을 느끼고 즐거움에 빠져든다. 굳이 학문적으로 공부를 하고 이론적 배경을 알아야만 예술을 느끼고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본능적으로 받아들이는 예술이 진정한 예술일 수 있다.

다만 예술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이후라야 마음으로 받아들여지는 특성이 있다. 내 삶이 궁핍하면 하루하루의 삶에 쫓겨 예술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전은 중산층이 두터운 도시이며 삶의 질이 높은 도시이다. 그래서 문화예술을 받아들이는 토양이 아주 윤택한 곳이다. 절대 문화와 예술의 불모지가 아니다. 대전을 문화와 예술의 불모지라고 단정해 말하는 것은 철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대전은 문화가 융성하고 예술이 발달된 도시이다. 어떤 근거로도 대전을 낙후도시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니 시민 모두가 문화시민이라는 긍지를 가져야 한다.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대전의 문화와 예술에 관심을 가질 때 대전의 품위가 올라가고 시민의 행복지수도 높아지게 된다. 대전은 진정한 행복도시이다. 행복한 도시 대전을 만드는 데 예술인들이 첨병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들은 모두 스스로 문화시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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