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산학협력단장)

 

SUV(Sports Utility Vehicle)의 인기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국내 대표 브랜드인 현대·기아 자동차도 제네시스 브랜드로 G-90, G-80 및 G-70을 발표했고 제법 인기가 있다지만 지난해소형 SUV를 출시한 이후로 올해 중형 그리고 곧 대형 SUV가 출시될 예정이다. 나아가 국내 자동차 메이커에서도 픽업트럭을 출시하고 있다. 든든한 몸집과 남성미를 자랑하던 SUV가 요즘 트렌드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SUV는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비효율적인 차종으로 분류된다. 고속도로에서 전방 교통 상황에 대한 분석이 용이하고 큰 토오크를 기반으로 힘들이지 않고 추월하는 재미가 매우 컸기 때문에 선뜻 세단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전부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비효율성과 더불어 늘 지적되는 SUV의 단점들을 열거해 보자. 차체가 너무 무거워 연비가 좋지 않고 소음 진동이 심하기에 승차감도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오프로드에 맞춘 현가장치의 딱딱함은 운전자의 피로감을 향상하는 주범이다. 또 차가 무겁고 섀시모듈이 튼튼하며 범퍼 높이가 높다 보니 사고 시 상대 차량의 파손 정도나 상대 운전자의 부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는 최대 단점도 존재한다.

최근 출시되는 차종들은 SUV 본연의 사전적 의미인 ‘산악 지형 및 비포장도로에서 주행 및 악천후에서의 운전도 쉽도록 설계됐으며, 대부분 직사각형의 단면을 갖고~’라는 내용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최근 2~3년간 출시된 SUV 차량의 부드러운 현가장치와 고속 주행 성능은 전문가 입장에서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이제는 대놓고 ‘도심형 SUV’라는 용어로 홍보하고 있듯이 콤팩트&소형 SUV의 경우는 승용차 못지않은 승차감과 정숙성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오프로드에서의 주행 성능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승용차의 특성을 모방하고 있는 것이다.

SUV 초기에 당연시되던 사륜구동은 어느새 선택 사양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대부분 이륜구동이 됐다. 초창기 기본적으로 3000㏄ 부근이었던 엔진 배기량도 그간 향상된 엔진 제어 기술과 더불어 환경 규제에 맞추기 위해 준중형차 수준까지 축소됐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SUV도 선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하나하나 SUV의 단점들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SUV의 외관은 큰 변화를 주기가 어렵다. SUV를 구매 후 타이어에 흙을 한 번도 묻히지 않고 타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의 유사함은 다소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위기를 메이커가 멋지게 극복하고 있다. 여러 변화로 출시돼 SUV의 모델에 대한 정체성 혼란에 마침표를 찍는 차가 출시되고 있다. ‘컨버터블 SUV’(오픈 바디(Open Body)의 대표적인 차량으로, 루프는 천막 천이나 가죽을 덮어 사용되고 도어 유리부를 상하로 움직여 실내를 완전 밀폐 및 오픈할 수 있다)라는 새로운 장르의 등장이다.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컨버터블이 출시되고 있다. 앞으로 출시될 SUV의 또 다른 진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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