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대신 공연장, 노래방 대신 커피숍

#. 대전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회식을 앞두고 공연 티켓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는 회식에서 공연을 보는 회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공연 관람이 끝나고 남자 교사들은 맥주를 마시러, 여자 교사들은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여흥을 즐겼다.

#. 최근 회식자리를 가진 대전시교육청의 한 부서는 원하는 사람만 음주를 하도록했다. 강권하던 음주문화가 자율적인 분위기로 바뀐 거다. 2차는 노래방 대신 당구장과 볼링장 등으로 향했다.

대전 교육계의 회식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자 남성들 사이에서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겠다는 ‘펜스의 법칙’이 통용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남성과 여성이 함께하는 회식 문화가 등장한 것이다.

앞선 사례처럼 아예 술자리 대신 공연을 관람하고 이후 행선지를 달리하거나 술자리를 함께 하되 원하는 사람만 음주를 하고 2차는 노래방이 아닌 당구장이나 볼링장으로 잡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식=술, 2차=노래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때문에 노래방은 회식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단골장소였다. 이제는 술을 마시지 않고도 즐길거리를 찾고, 친목 도모를 위한 회식에서 술이 없이도 즐겁다는 인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예전에는 회식을 하면 술을 권하기도 하고 러브샷을 시키기도 했다. 노래방에선 춤과 노래를 강요받기도 했다.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강요하는 문화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공연을 보러가기도, 술 없는 저녁자리 후 커피숍을 가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며 “남 교사와 교장선생님도 함께가 고민도 털어놓고, 좋은 부분을 배우기도 한다”고 변화된 회식에 만족을 표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대다수의 여교사가 술마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술을 먹게하고 노래방에 가던 관행을 없앴다”며 “모두 다 참여해 즐길 수 있는 회식도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의 한 여성 장학관은 “초임 교사 시절, 술을 마시지 못하면 안 된다면서 억지로 술을 먹이는 것이 관례였다. 술 취한 상태로 노래방을 가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춤을 추는 등 매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제는 술을 먹이는 문화는 없어졌지만, 술을 권하지도, 마시지도 않는다”며 “미투운동으로 인해 업무지시를 문자메시지로 한다는 언론보도를 봤는데 이것은 미투 운동의 부정적인 단면”이라고 씁쓸해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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