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틀째 도청 집무실 증거 수집
일부 공무원 소환조사에 분위기 어수선

▲ 13일 충남도청 5층 안희정 전 지사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 수사관들이 확보한 자료를 박스에 담아 옮기고 있다. 문승현 기자

“충남의 심장이 털렸다.” “치욕스럽고 참담하다.”

안희정 전 지사의 성추문과 불명예 퇴진에 이어 사법당국에 도청 안방까지 내준 충남도가 연일 뒤숭숭하다. 지난 5일 안 전 지사로부터 수차례 성폭행 당했다는 여성 수행비서의 폭로 뒤 열흘째 후폭풍이 몰아치면서 도 공직사회가 꽁꽁 얼어붙은 모양새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한 만큼 절차상 압수수색은 예견된 것이었지만 도정 사상 처음으로 도청사와 관사를 속수무책 내보여야 하는 도의 심경은 내심 착잡하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오정희 부장검사)는 14일 도청사 5층에 있는 안 전 지사의 집무실을 이틀째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에도 검사 3명과 수사관 16명을 내포신도시로 보내 안 전 지사의 집무실과 공보비서실, 관사 등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도청사에서의 압수수색은 전날 오후 5시경 시작돼 7시간 만인 자정에 이르러서야 끝이 났다.

퇴근시간이 가까워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치자 도 공무원들은 “올 게 왔다”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간부공무원은 “30년 가까이 도 공직자로 근무하면서 검찰이 도청을 압수수색하는 건 처음 겪는 일 같다”며 “도청 공간이 수사과정에서 압수수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닥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급 공무원은 “사실상 충남의 심장이 털린 것이다. 도 소속 공무원은 물론 210만 도민들의 자존심이 짓밟힌 것과 다름없다”고 탄식했다.

본격적인 검찰 수사와 함께 일부 공무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것도 부담이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과 별도로 안 전 지사의 해외출장을 수행한 도 관계공무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 내부에선 “참고인 신분이라 해도 공무원으로서 착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검찰청 문턱을 넘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안타까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 공무원은 “혹시 안 전 지사 문제와 엮일만한 업무를 한 적 없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는 직원들이 많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도는 ‘안희정 쇼크’가 불러온 위기와 동요 등 조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애쓰고 있다. 최근 도는 직원들에게 점심시간 준수, 시간외근무와 외출 및 출장관리 철저 등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 관계자는 “안 전 지사의 문제는 검찰 수사로 넘어갔으니 차분히 수사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도지사 궐위라는 초유의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다독이며 내부단속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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