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군부정권의 정치적 탄압을 받으면서 자택에 연금됐을 때 한 말이다. 어떠한 고난과 시련이 닥쳐와도 세월은 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인동초의 세월을 겪고 난 후에는 반드시 좋은 세상이 열린다는 뜻으로 한 말일게다.
우리나라 정치적·경제적 현실로 봐서는 조금 성급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김 전 대통령의 바람처럼 1992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3년 늦게 출범한 지방자치단체가 어언 스물셋 성상을 지내온 전국의 군소 자치단체들은 나름대로 많은 변화를 추구해왔다.
지방의회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실현을 외치며 군민의 대변 기관임을 자처하고, 주민들의 손에 의해 선택된 자치단체장들은 쪼들리는 살림에 경제를 일으켜보겠다며 무진 애를 쓴 흔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는 있다.
하지만 ‘가난은 나라님(임금)도 막지 못한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국가경제 구조의 수도권 편중에 따른 결과물인 경제적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군소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면서 ‘공장 유치만이 살길’이라며 너나없이 혈안이 되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에 불과하던 예산군내 기업 수가 지금은 300개를 훌쩍 넘어섰다고는 하나 인구 수는 그나마 좋았던 그 시절의 절반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내수경제를 뒷받침해줄 경제적 펀드멘탈(fundamental)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공장 몇 개 늘어났다 해서 당장 지역경제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민선 초기 권오창 군수를 시작으로 황선봉 현 군수까지 4명의 성주가 지난 23년 동안 예산지역 경제를 일궈오면서 저마다 나름 각고의 노력은 해왔겠지만 작금의 경제 사정을 봐서는 바둑판의 포석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수도권 등지에서 이주해오는 공장들과 지역상권을 접목시켜 공장이 지역경제를 견인해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자력으로 경제적 펀드멘탈을 키워나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예전에 예산읍 신례원리에 있는 충남방적 예산공장이 한창 가동되고 있을 때 생산직 근로자가 500여 명에 불과했어도 예산읍 원도심 상권을 넘볼 만큼 크게 번성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방적산업의 사양길과 함께 수 십 년 째 폐허를 방불케 하던 신례원의 상권이 최근 특별한 외부적 요인이 없이 자생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정치권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황선봉 군수가 내년도 착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3곳의 일반산업단지 대상지 가운데 신례원의 상권과 맞닿아 있는 간양지구가 경제적 환경 인프라 구축을 통해 경제적 자생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최적지로 떠오르자 ‘6·13지방선거’에 나서는 출마자들이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군침을 흘릴 만큼 선거전략 요충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산업단지 간양지구를 신례원 상권과 접목시켜 예산읍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불을 당길수 있는 기폭제가 된다면 정치 공학적 셈법으로 볼 때 이번 선거는 물론 2020년에 치러질 차기선거 때까지 당락을 좌우할 만한 표가 보장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예산=이회윤 기자 leehoiyu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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