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구하고 편하게 자살한다는 잘못된 인식 퍼져
2016년 기준 자살자 1만 3092명, 이중 번개탄이 14%
유독가스 없앤 번개탄 출시 등 방법론 적극 고민해야

누구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번개탄이 극단적인 선택의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번개탄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1일 새벽 2시 4분경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 무인텔에 투숙한 30대 연인이 번개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채무 문제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충남 당진시 한 모텔에서 번개탄을 피워 8살 아들과 함께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지난 3일에도 논산에 거주하는 부부가 전북 무주의 한 캠핑장 카라반서 번개탄을 피운 가운데 숨진 채 발견됐다.

충남에서 이달에만 3건이 발생하는 등 번개탄을 사용한 극단적 선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자살자는 1만 3092명이며 자살수단으로 번개탄을 이용한 경우는 14%(1833명)에 달한다. 번개탄 이용 자살건수는 2008년 66건과 비교할 때 10년 새 27배가량 급증세다.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이 늘어나고 있는 건 고통이 덜하다는 잘못된 인식도 한 몫 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번개탄으로 자살하는 많은 이들이 미리 술을 마시거나 수면제를 복용한 뒤 불을 피우고 잠든 상태에서 숨을 거둔다”며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은 가장 손쉽고 덜 무서운 방법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 실제로는 일산화탄소 중독은 뇌가 충격을 입어 지속적인 고통을 느끼고 실패 시 영구 장애 등 다양한 후유증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시중에서 번개탄을 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만큼 번개탄이 자살에 이용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일본이나 홍콩·대만의 경우 번개탄은 매장 내 별도로 관리해 손님이 요구할 때만 판매하고 사용목적과 구입자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기록한다”며 “판매금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입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번개탄에 가스중독의 피해를 표시해 번개탄이 극단적 선택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도록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으로 생명에 치명적이지 않을 정도로 번개탄의 유독가스를 줄이는 방법도 있는 만큼 정부는 다양한 방법론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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