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내 택시 승강장 중 상당수가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시민들의 이용에 불편을 주고 있다고 한다. 승강장의 위치가 시민들의 보행로와 동떨어져 이용률이 낮은가 하면 불법 주정차장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왜 여태껏 방치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전시에 따르면 시 내 택시 승강장은 유개 승강장 37개와 표지 승강장 105개 등 모두 142개가 설치돼 있다. 이 중 실제로 승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승강장은 대전역 인근과 고속버스터미널 등 다중 이용시설 몇 곳에 불과하다. 설치된 지 오래돼 승객의 편의와 괴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택시 승강장이 엉뚱한 곳에 설치돼 있다는 것은 택시 운전사는 물론 시민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택시 기사들은 택시 승강장 중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설치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민들도 택시 승강장의 위치가 현실에 맞지 않아 그냥 길가에서 택시를 잡든가 스마트폰 앱으로 콜하는 게 편하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택시 승강장의 위치가 버스 전용차로와 중복돼 교통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둔산동 갤러리아타임월드 인근에 설치된 택시 승강장은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경우 약 50m 거리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을 침범해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이 대전시 내의 상당수의 택시 승강장이 유명무실하게 된 것은 한마디로 시의 관리부재 때문이다. 대전시 내 택시 승강장의 대부분은 1993년 대전엑스포와 맞물려 집중적으로 설치됐다. 설치 당시와 비교해 대전의 교통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승용차는 66만 대를 육박해 1993년 당시보다 두 배나 늘었고 택시는 8756대로 공급과잉 현상을 빚으면서 굳이 택시 승강장이 아니어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변화에 맞춰 개선해야 함에도 시가 이를 방치한 결과 택시 승강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택시 승강장이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기도 하고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대전시는 이런 문제점을 인정하고 내달 말까지 택시 승강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관리가 안 되는 것에서부터 부적합한 위치 설정 문제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조사를 벌여 적합한 곳으로 옮기든가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폐지할 계획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 주문한다면 전수조사 시 수요와 공급을 고려하고 시민들의 편의성은 물론 교통흐름까지도 고려한 면밀하고도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빈틈이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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