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리 수도권과 지역의 의료기술 격차가 크지 않음에도 ‘수도권 병원 쏠림현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쏠림현상이 일어난 이유엔 의료기술, 서비스와 같은 요인뿐만 아니라 수도권병원의 브랜드 가치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현상을 실제 사례로 살펴보고 지역병원 그 오해와 편견을 ‘로컬닥터’들의 의견으로 정리해본다.

#1. 대전 유성구에 거주하는 이광현(56) 씨는 지난해 목에 덩어리가 만져지고 목소리에 미세한 변화가 생겨 병원을 찾았다. 검진결과 갑상선암 판정을 받은 이 씨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 했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좋고 사망확률 또한 낮다는 의사의 말에 희망을 잃지 않은 이 씨는 하루빨리 수술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 씨의 소식을 들은 직장동료가 수도권에 있는 A 병원을 추천했다. 의료진이 아무리 좋더라도 지역병원은 수도권에 비해 의료장비가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A병원의 경우 수술 후 회복까지 진료과별 전문 의료기관을 찾지 않고도 원스톱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이 씨는 ‘생명이 걸린 일인데’란 마음으로 A 병원을 선택했다.

#2. 백 모(50대) 씨는 어머니가 냄비를 태우는 등 자주 건망증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경증치매란 진단을 받았다. 이에 백 씨는 치매 조기 검진과 치료비?상담 지원 등을 받기 위해 지역치매지원센터를 방문하려 했지만 막무가내로 무조건 서울로 모셔야한다는 누나의 원성에 어쩔 수없이 왕복 4시간이 넘는 고속도로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거리에 따른 시간과 교통비도 문제지만 아직 경증수준이고 지역에도 충분히 좋은 의료시설이 있음에도 수도권 병원만을 고집하는 누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로컬닥터의 ‘똑똑한 답변’
“수도권과 비교해 지역병원의 의료기술과 서비스 수준은 어느 정도 인가?”
암은 해마다 50만 명에서 100만 명이 걸릴 정도로 어느덧 흔한 병이 됐다. 하지만 정밀한 검진과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최근 각종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70%에 이르는 등 암 생존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오늘날의 의료기술과 서비스는 암 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에서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더불어 의술은 상향평준화되고 있고 수술법과 장비 또한 거의 동일해졌기 때문에 지역병원에서도 수도권과 같은 수준 높은 의료기술과 서비스를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매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시행하는 각종 질환에 대한 적정성 평가 결과에서도 많은 지역 병원들이 1등급 평가를 받는 등 수술법과 장비의 수준은 거의 동일함이 증명됐다. 물론 희귀질환과 같은 전문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가 없는 경우 지방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케이스가 발행하지만 이럴 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질환은 지역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다.

◆“지방병원에선 어떤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나?”
지방병원에서도 수도권과 동일한 의료기술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유성선병원의 경우 국제검진센터를 통해 고급 호텔 같은 편안한 환경은 물론 첨단 장비, 세심한 서비스 등 높은 의료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30년의 검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국제적 수준의 선병원 검진센터는 검진의 질, 환자안전, 감염관리 등 1200여 항목에 우수 평가를 받아 세계 최초로 검진센터 부문 JCI 국제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을지대병원는 지난 2009년 ‘다빈치 S-HD’ 로봇을 도입해 직장암 환자에 대해 첫 수술을 시행한 이후 다양한 질병에도 그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해 4월엔 외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등 10여 명의 로봇수술 전문 의료진과 간호사, 외래 및 수술실 코디네이터로 구성된 로봇수술센터를 정식으로 개소하기도 했다.

충남대병원은 뇌손상 및 뇌종증, 척수손상, 근골격계 등 재활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전문적이고 특성화 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충남대의 뇌졸중재활 프로그램은 편마비나 사지마비, 언어장애, 인지장애 등 급성기 치료가 끝나고 사회적으로 장애를 남기지 않도록 회복기에 있는 뇌졸중 환자들에게 최적의 재활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수도권 병원이 심리적 안정감을 더 준다는 것은 편견”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지역보단 수도권 병원에서 심리적 안정을 느끼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 현상은 중증환자 뿐만 아니라 경증환자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더 좋은 의료진과 장비 그리고 서비스로도 이러한 편견을 당장 해결하기란 쉽지 않고, 환자입장에선 ‘생사를 오가는 중대한 선택이기 때문에 그래도 국내 가장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지’란 생각을 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의료기관은 이러한 편견에 굴하지 않고 환자에게 보다 나은 의료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고 그만큼 수준도 향상되고 있다. 지역 병원들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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