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학교 경영학과 장수덕 교수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 WEF)은 ‘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주제로 기술 진보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논의된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핵심은 결국 기술적 진보로 인해 일자리와 직업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학자나 연구자들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기술적 변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새로운 일자리나 직업들이 생겨날 것인지에 대해 논의를 계속해 오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본고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적 진보가 일자리나 직업을 넘어 인간 사회의 근본적 가치나 경제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연재를 통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다만, 4차 산업혁명에서 논의되는 기술 범주가 넓고 다양하여 개별적 기술이 지향하는 인간 사회의 변화에 대해선 논의가 불가한 면이 있음을 미리 밝혀 두고자 한다.

인간은 오랜 기간 노동의 고통 속에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손과 발을 대신할 수 있는 동력을 발명했지만 2차 산업혁명을 통해 그 가치는 자본과 노동이라는 분절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이라는 3차 산업혁명은 지식과 육체노동이라는 노동 간의 분절화를 심화시키는 데 기여한 면이 있다. 결국 우리는 그간 3차례의 산업혁명을 거쳤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른 수혜나 혜택을 우리 자신이나 인간 사회가 전적으로 가지지는 못했다. 신분이나 계급제가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경제적 불평등과 부의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1·2차 산업혁명은 국가와 제조기반 중심의 대기업 경제기반 구조를 태동시키고 발전시켰다. 3차 산업혁명은 온라인 중심의 벤처기업 경제구조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개인들이 주체가 되고 개인들이 경제적 수혜를 직접적으로 가져가는 개인기반의 참여경제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이 당장에 인간의 삶이나 사회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사회경제적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일부 기술적 진보는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과 같은 기술의 발전은 개인의 사회·경제·정치적 문제들에 대한 참여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소 이른 전망이긴 하나 이러한 기술들이 결국 분산경제(decentralized economy)를 앞당길 수 있다. 이미 오늘날 기술적 진보에 따른 공유경제, 집단지성, 국민참여 등의 확대가 분산경제를 체험케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혁명을 이룩했던 기술들은 지식과 권력, 자본 등을 국가나 자본가들에게 집중시켰다면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기술의 진보는 탈중앙화라는 사회경제적 변화의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화 속에서의 핵심 주자들(main players)은 누가 될 것인가? 다음 달 기고는 이 질문의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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