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아프다구요? 당신의 탓만은 아닙니다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 어디서 들었는지 확실치 않은 이 문구가 내게 여운을 남겼었던가 보다. 그리고 이 문구를 가장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사용했었다. 네가 비를 맞고 있다면 엄마가 그 비를 맞으며 너와 함께 하겠노라고. 나름 아이를 향한 나의 지지와 사랑을 표현하고자 사용한 표현에 남편은 ‘왜 함께 비를 맞아? 우산을 씌워주지’라고 핀잔을 한 일이 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의학과 사회역학을 전공한 저자가 차별과 사회적 고립, 고용불안 등이 인간의 몸을 어떻게 해치는지를 다양한 데이터와 연구 사례로 소개하며 질병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주목한다. 크게 네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첫 챕터에서 상처가 몸에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산모의 굶주림이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한 연구사례를 기술하며 사회역학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기술한다.

이어 일터에서의 환경과 스트레스가 노동자들에게 어떤 정신적·육체적 상처를 남기는지 상기시키고,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 사례, 원진레이온과 제일화학 사례 등을 통해서는 위험한 작업환경이 일본, 한국, 중국으로 계속해서 가난한 노동자들에게로 옮겨가는 현실에 대해 자성하기를 촉구한다. 또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 성소수자, HIV/AIDS 환자들이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차별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제시함으로써 차별의 부당함을 역설한다. 마지막 장은 건강한 개인의 삶을 위해 공동체가 가지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기술하며 저자 자신이 사회역학을 공부하고 사회문제에 뛰어들게 된 계기와 과정을 소개하고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함께 하기를 당부하며 글을 마친다.

따뜻하고 다감한 저자의 시선과 문장으로 따라가며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또는 알면서 외면하기도 했던 사회적 편견과 불평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그래프와 숫자로 제시되는 사회적 상처와 건강과의 상관관계를 목도하면서 다짐해본다. 나와 가족이 속한 우리 공동체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쏟아지는 비를 맞는 이웃이 있다면 함께 비를 맞아주거나 우산을 씌워주자고, 적어도 눈길 돌려 외면하지는 말자고. 따뜻한 봄 햇살에 꽃들이 만발하는 이 찬란한 계절에도 마음 한 켠에 스산한 바람을 안고 사는 이웃에 시선을 돌려 관심을 가짐으로써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이 책을 권해본다.

최남주(아산도서관 사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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