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高畑勲)가 별세했다. 82세.

6일 NHK와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타카하타 감독은 지난해 여름부터 건강이 악화돼 입퇴원을 반복하다 5일 도쿄도(東京都)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스튜디어 지브리는 오는 15일 다카하다 감독 추모 장례 행사를 열 계획이다.

타카하타 감독의 작품으로는 TV시리즈 '알프스 소녀의 하이디', '엄마 찾아 삼만리', '빨강머리 앤'과 지브리 설립 이후 연출한 '반딧불이의 묘', '추억은 방울방울' 등이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을 세계에 자랑할만한 문화로 끌어올린 다카하다 감독을 추모하며 그의 연출작들을 짚어봤다.

 

◐ 반딧불의 묘 1988

노사카 아키유키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으로 부모를 잃은 남매의 삶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담은 작품이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전쟁을 미화하고 일본을 희생자로 그렸다는 비판도 받았다. 타카하타 감독은 2006년 방한 시 “중국이나 한국에 대해 일본이 행했던 것은 잘못됐지만, 미국과 일본의 관계를 생각하면 당연히 일본이 피해자”라면서도 “그렇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한국인이 좋지 않게 보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말한 바 있다.

 

◐ 추억은 방울방울 1991

1980년대 초반 도쿄에 거주하는 직장인 타에코가 시골로 떠난 열흘간의 휴가 이야기로 현재(1980년대)와 과거(1960년대)의 이야기를 플래시백을 통해 엮어냄으로써 어린시절을 회상하고 현재를 고민하며 진정한 삶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1991년 일본 개봉 당시 관객수 25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일본 아카데미상 화제상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1994

산에서 자연과 더불어 숨어사는 너구리들이 인간의 개발에 의해 자신들이 보금자리를 잃게 되자 이를 막기 위해 갖은 수단을 갈구하는 내용을 그린 작품으로,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너구리들과 자연을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을 유쾌하게 묘사하고 있다. 환경보호를 주제로, 그것을 너구리들의 시점에서 그려냈다. TV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 ‘추억은 방울방울’ 등에서 일상의 리얼리티를 강조했던 타카하타 감독은 ‘폼포코’에서 규칙도 한계도 없는 엉뚱한 상상력을 날리면서도 직접적으로 현실비판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같은 시기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디즈니의 ‘라이온킹’이 일본에서만큼은 이 작품에에 밀려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 이웃집 야마다군 1999

아사히 신문에 연재되는 4컷 만화 ‘노노짱’(ののちゃん)을 원작으로, 여러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재구성해 극장판으로 만들었다. 수채화 풍의 셀 애니메이션처럼 보이지만 지브리 사상 최초로 100% 디지털로 작업했다. 개봉 당시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기존 지브리 작품들과는 그림체나 채색 방식이 이질적이었고 원작 특유의 감성에 아이들은 공감하기 어려웠던 탓에 흥행은 부진했다. 이 작품의 흥행참패로 타카하타 감독은 2013년 ‘가구야 공주 이야기’를 연출하기 이전까지 긴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 가구야 공주 이야기 2013

다카하타 감독의 유작이 된 작품.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모노가타리인 타케토리모노가타리를 원작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두 번째 은퇴작인 ‘바람이 분다’와 동시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콘티작업이 늦어지면서 결국을 2013년 말에야 개봉했다. 작품 전체가 수채화풍의 스타일로 이전의 지브리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일본의 전통적인 느낌이 난다. 연필로 그린듯한 선이나 연한 수채화같은 채색스타일까지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지브리 역사상 처음으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았고, 2015년 제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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