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지안 왕·피아니스트 김선욱 듀오 리사이틀 17일 대전예당

10대 시절부터 신동으로 불리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중국의 첼리스트 지안 왕이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첼로 소나타의 주요 레퍼토리들로 17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무대에 선다. 프로그램은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쇼팽과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로 구성됐다. 일체의 외부 장식 없이 오직 첼로와 피아노의 '음악성'과 '기본의 충실함'으로 승부하는 작품들이다.

그동안 10여 차례의 내한공연에서 지안 왕은 여러 교향악단의 협연자, 대관령국제음악제 등의 체임버 뮤지션, 그리고 바흐 무반주 모음곡 등의 솔로 연주자로서 다양하게 그 기량을 증명해왔다. 그러나 첼리스트의 본령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건반악기 반주의 첼로 소나타 작품을 연주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공연에서 피아노와의 듀오 리사이틀 무대를 선보인다.

지안 왕은 지난 2010년 대관령 국제음악제에서 정명화와 함께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을 본 이후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김선욱과 해외 각지에서 실내악 작업을 이어왔다. 김선욱도 어린 시절부터 음반으로 듣고 좋아했던 지안 왕을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음악가”로 칭하며 꾸준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에드가 모로, 이상 엔더스와 같은 청년 첼리스트들과의 교류도 활발한 김선욱은 그동안 배양한 피아노-첼로 조합에 대한 이상적인 형태를 이번 지안 왕과의 내한 듀오에서 선보인다.

지안 왕은 “쇼팽과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는 피아노 작품에 특출난 작곡가들이 쓴 곡이다. 김선욱이 훌륭하게 소화해낼 것”이라고 했고, 김선욱은 “지안 왕의 첼로 소리는 굵지만 유려하고, 섬세한 부분에서 폐부를 울리는 소리가 일품인데 로맨티시즘이 풍부한 곡들이라 그의 낭만적인 음색이 돋보일 것”이라고 화답했다.
모호한 부분을 불투명하게 두지 않고 첼로 음색의 매력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각적이고도 분명하게 조명하는 첼리스트 지안 왕이 믿음직한 동료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들려주는 첼로와 피아노의 특별한 매력, 기대해도 좋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자신만의 소리로 고급스럽게 선율 디자인”
  김선욱이 본 첼리스트 지안 왕은

‘듀오’라는 형식이 가지는 친밀감은 트리오나 콰르텟, 그 이상의 실내악 편성과 다르다. 같은 실내악 범주로 묶이지만 듀오와 3중주-4중주-5중주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듀오’는 ‘뮤직 메이킹’이란 점을 감안하면 좋겠다.

작곡가들이 서로 다른 두 악기를 위한 곡을 쓸 때 ‘듀오’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첼로와 건반악기를 위한 소나타’ 같이 양 악기의 위상을 표기에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동등하게 가져간다. ‘피아노 듀오’, ‘바이올린 듀오’ 같이 같은 악기 두 대를 위한 곡에 작곡가들이 ‘듀오’라고 썼다.

그만큼 ‘듀오’라는 개념과 명칭 자체가 친밀하고 상징성이 있다. 두 명이 음악을 하려면 3~4명이 할 때 보다 더 많은 친밀감이 필요하다. 트리오와 그 이상의 실내악 편성에서는 서로 양보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듀오가 마냥 서로 양보만 하면 음악은 빈껍데기만 남고 비게 된다. 각자 서로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제대로 된 듀오는 불가능하다. 바이올리니스트나 피아니스트들이 그들의 반주자, 동반자를 선택하는 게 어렵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본 지안 왕은 낭만 레퍼토리에 특화된 자신만의 소리를 갖고 있는 첼리스트이다. 쇼팽과 라흐마니노프는 물론 브람스에서도 그런 성향이 보인다. 지안의 첼로 소리는 힘으로 몰아내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성스러운 스타일도 아니다. 한마디로 고급스럽다. 특히 피아니시모를 정말 잘 표현한다. 뒤메이 피르스와의 브람스 트리오 앨범을 들어보면 첼로의 풍부한 소리가 둘을 받쳐주었기 때문에 음악이 풍성해졌다.

이것은 섬세한 비브라토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지안 왕의 프레이징과 아티큘레이션은 아주 자연스럽다. 지안 왕의 옆에서 있으면 인위적인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연주한다는 인상을 깊게 받는다. 그래서 그런지 같이 음악을 하다 보면 잘 맞는 부분에서는 서로 말할 필요가 없이 자연스럽게 음악이 흐른다. 물론 전체적으로도 별로 말이 필요 없는 관계다. 해석에 대한 큰 충돌이 없으니까 지금도 함께 듀오를 하는 것이다.

관객 여러분들이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에서 지안 왕의 보잉에 따른 음색의 변화를 맛보시면 좋겠다. 첼리스트로서 기교를 소리로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 것이다. 피아노 비중이 많은 쇼팽과 라흐마니노프 두 곡에서는 두 악기가 서로를 리드하다가 또 함께 가는, 그런 과정의 묘미를 만끽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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