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면 대전보건환경연구원장

 

올해도 역시나, 봄꽃의 설렘보다는 미세먼지라는 불청객이 먼저 온 느낌이다.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미세먼지는 봄철 매스컴의 단골손님이다. 이어지는 미세먼지의 위해성…, 정부의 노력에도 마스크 쓴 사람과 만나거나 아이들에게 밖에 나가 놀지 말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렸고, 올봄 미세먼지는 그 어느 해보다도 심각한 수치를 가지고 찾아 왔다.

현재 갑론을박 하고 있는 미세먼지 발생원인은 간단하게 외국 발생 유입 분과 국내 발생 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진 외국 발생 분은 주로 중국발로 대부분(70% 이상) 난방과 산업시설의 화석연료 사용에서 나온다. 국내는 화석연료 사용과 차량 배출가스, 난방 등이 있다. 보통 이렇게 직접 배출되는 먼지를 1차, 대기 중 전구물질과 화학반응으로 생성되는 것을 2차 미세먼지라 한다. 특히 최근 자세히 알려지기 시작한 초미세먼지는 먼지 입자의 직경이 2.5마이크로미터미만을 말하며, 1차 미세먼지로 배출되기도 하지만 절반 이상이 황산염, 질산염 같은 입자 형태로 전환된 2차 미세먼지다.

이러한 미세먼지에 모두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역시 시민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이다. 특히 천식은 증세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서 주의가 필요하며, 심장이나 혈관계 질환도 악화시킨다.

최근에는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우울증이 발생하고 자살위험도 증가한다는 연구와 함께 임산부와 태아, 영아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그럼 왜 유독 봄철에 미세먼지가 급증할까? 이는 기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봄철엔 이동성 저기압의 영향으로 대기가 안정된 날이 많아져서 대기의 순환이 정체되기 때문에 농도가 증가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배출원인과 기상요소, 물리·화학작용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미세먼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처 또한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맑은 공기 속 건강한 삶을 위해 이제는 민·관이 손을 맞잡아야만 한다. 중앙정부는 범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적 특성에 맞는 저감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시민들은 대중교통 이용과 에너지 절약 등으로 미세먼지 저감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미세먼지의 위해성을 분석하고자 지난 3월 ‘대기질종합분석센터’를 설치하였다. 기존 운영하던 대기측정망 10곳을 통해 미세먼지 속 중금속 성분 등을 추가로 검사·분석하여 정책 자료로 활용하고 시민에게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면 시민들은 반드시 행동요령에 따라야 한다. 우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노약자와 호흡기 질환자 등은 외출을 자제하고, 되도록 창문을 닫고 환기 횟수를 줄여야 한다. 부득이 환기가 필요할 때도 3분 이내로 짧게 하고 청소도 진공청소기보다는 물걸레를 쓰는 것이 좋다.

또한 외출할 때는 꼭 황사용 보건마스크를 코, 뺨, 턱 아래에 밀착시켜 외부 오염물질을 차단하고 모자나 보호안경 등을 쓰는 것도 좋다. 외출에서 돌아와선 손과 얼굴을 물로 씻고 흐르는 물에 코를 자주 씻어야 한다. 아울러 몸 안에 미세먼지가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고 채소 등 농산물은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 먹어야 한다.

유감스럽지만 미세먼지 문제는 이제 현실이다. 짧은 시간에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시민은 행동요령에 잘 따르고 민·관이 합동해서 노력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며칠 봄비가 내렸다. 내리는 봄비에 미세먼지가 씻겨나가길 바라며, 우리 시민들이 깨끗한 공기 속에서 화사한 꽃과 함께 봄을 즐기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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