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대전시 보건복지여성국장

 

1981년 UN총회에서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주제로 세계장애인의 해를 선포하고 모든 국가에서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했는데 우리나라는 1981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한 이후 올해가 서른 여덟 번째를 맞는 장애인의 날이다.

물론 그 이전에는 4월 20일을 '재활의 날'로 정해서 1972년부터 민간단체에서 행사를 추진해왔는데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고 장애인의 재활의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었다고 한다. 물론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한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하여’라고 정의하고 있다.

장애인의 날이 제정된 이후 오랜 기간이 흘렀지만 개인적으로 보면 지난해에 이어 담당 국장으로서는 두 번째 맞는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가지게 된다.
작년 이맘때에도 언론지면을 통해 기고를 한 적이 있는데 ‘차이는 있어도 차별은 없어야 한다’라는 내용으로 시민 여러분께 협조를 요청한 적이 있다.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어느 경우에 있어서도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쉬운 말인 듯하면서도 어렵다. 이해를 한다 해도 장애인이나 가족들에게는 아직도 많은 벽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생각의 벽을 조금만 낮추고 눈높이를 높여서 보면 모든 것이 보이고 이해되는 곳에 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장애인복지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의 장애인복지가 국가의 일방적 정책으로부터 지원받는 시혜적 복지였다면 지금은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로 정착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달장애인 가족의 아픔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자주 보이는데 그만큼 함께 장애인을 보는 생각이 넓어진 것 같다. 나이는 서른 살이지만 지적장애를 가져 일곱 살 어린아이와 같은 장애를 둔 어머니의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세상과 어울리며 홀로 살아갈 자식을 위해 준비하는 ‘채비’라는 영화가 그랬고, 최근 유명한 배우 이병헌이 출연하여 눈물샘을 자극한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는 영화도 그런 경우이다. 한 때는 WBC웰터급 동양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오갈 데 없어진 전직 복서는 우연히 17년 만에 헤어진 엄마와 재회를 하고 숙식을 위해 따라간 집에서 뜻밖의 장애를 가진 동생을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도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을 가진 동생을 돌보기를 희망하는 어머니와 얼마 남지 않은 생의 아픔과 어우러지는 내용이다.

대전시 등록 장애인은 7만 2000여 명으로 시 전체 인구의 4.7%를 차지한다.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의료 기술 발달로 선천적인 장애는 줄어들고 있지만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우리 누구도 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장애인 문제는 더 이상 장애인 개인이나 장애인 가족만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영화에서 말하듯이 우리들 모두는 자라온 환경이나 생활여건이 다르다. 그러나 그러한 다름을 인정하고 동행할 줄 아는 작은 배려 하나하나가 모일 때 장애인과 가족에게는 큰 힘이 되며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으로 믿는다.

최근 정부도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복지와 건강지원, 교육·문화·체육기회보장 등 5대 분야에 70개 세부과제를 정해서 앞으로 5년 동안 추진하는 내용으로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삶의 격차 완화를 통한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이루어지는 포용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 시도 마찬가지로 이에 맞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4월에는 동구에 장애인복지관을 개관했고, 8월에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설치, 12월에는 장애인체육센터를 개관하는 등 사회적 환경개선과 장애아동의 조기치료를 위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추진 등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5개년 계획과 연계한 대전시 5개년 중장기발전계획을 금년 하반기에 완료를 하고 장애특성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 자립을 지원하면서 장애인을 위한 건강검진기관 지정 운영 및 이용시설 확충,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내실 운영 등 장애인의 건강과 이동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4월이 주는 봄의 의미와 함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누리는 ‘다름과의 동행,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우리 모두가 조금씩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장애인 당사자나 가족들의 아픔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희망의 대전을 소망하면서, 차별과 편견이 없는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데 150만 시민이 함께하여 주길 당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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