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희소식에 소리치는 온 국민의 환호가 귓전을 울리고, 뜨거운 열기를 온몸에 품은 채 경기장에서 포효하며 맞잡고 기뻐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코끝 찡한 감격을 맛보는 오늘이건만 세종시를 둘러싼 무의미해 보이는 논란에 흥이 가신다.‘역사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라는 다소 장엄한 각오 천명 속에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다시 부의하기 위해 서명 작업에 들어간 여당 의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를 두고 친이계와 친박계 의원 간에 설전이 오가고, 여야 간 논쟁 또한 강도를 더해간다. 이 혼란한 싸움에 정부도 함께 동참했다.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를 담은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결국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면 원형지 개발이나 세제 혜택을 추진하기 곤란해서 지역의 자족기능 강화를 위한 기업과 유관기관의 입주도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경고성 발언도 꾸준히 내놓는다.상임위 결정에 불복하듯 국회 본회의로 부의하는 여당 의원들의 처신을 두고 논란이 있긴 하지만 국회법에 상임위 부결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절차가 보장돼있는 만큼 법 절차에 따른 여당 의원들의 행동은 사실 꼬집어 뭐라 할 수가 없다. 더구나 ‘세종시 원안은 후손에게 부담을 지우고, 국가적으로 큰 손실인 것만은 분명하므로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도록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자는 취지'라고 하니 본회의 부의 정도는 훗날 역사의 평가에 맡겨 둘 일인 것 같기도 하다.그러나 지금 이 논란의 핵심에 포진한 정부와 의원들의 이러한 입장에 왠지 진정성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수정안에 찬성했으니 세종시가 훗날 문제가 되더라도 나는 아무런 책임이 없고, 역사 앞에 떳떳하며, 너는 반대했으니 역사의 죄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든든한 근거 마련을 위해 본회의에 부의하고, 핏대를 올리며 설전을 벌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웬 일일까. 전 정권에 의해 추진되던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수정안이 나왔으나 국회 의결을 통해 부결됐다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다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세종시의 안정적인 건설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운명을 안게 되는 것이 아닌가.자유분방한 정치인은 그렇다 치고, 정부의 자세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 상임위에 부의되기 전부터 청와대와 총리실 관계자들이 내놓은 발언은 거의 수정안에 반대하면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라는 식의 경고성으로 들렸다. 수정안을 부결할 경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정이나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혜택 등을 모두 배제한 `순수 원안'으로 회귀하겠다는 입장은 국회에서 수정안에 반대를 했으니 원래 세종시 계획안대로 처리하겠다는 말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충청권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세종시 원안 추진을 고수해왔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세종시는 자족기능이 문제라고 끊임없이 되뇌던 정부가 ‘국회에서 수정안이 부결되면 원안대로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국회 결정에 앞서 새삼 강조하는 것은 ‘자족기능이 문제가 돼 세종시가 어떻게 되더라도 우리는 책임이 없다. 신중히 결정하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오랫동안 자족기능 보완을 위해 충분한 검토를 거쳤으므로 명품도시 세종시의 완성은 문제가 없다는 전 정부 관계자와 참여 학자들의 끊임없는 해명과 강조에도 불구, 세종시는 자족 기능이 부족해 당초 계획한 대로 도시가 성장할 수가 없다는 것이 세종시 수정안을 주장해온 현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국회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이왕 국회의 결정을 구한 만큼 어떤 결과에 맞닥뜨리더라도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자족기능을 보완,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성공적으로 건설해야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다. 정운찬 국무총리 취임과 함께 시작된 세종시 수정론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9개월여. 길지 않은 시간에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 마련을 위해 새로운 세종시 개발 계획을 마련하고, 기업을 설득하고, 관계자 대책회의를 갖는 등 정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음을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때처럼 열심히 준비한다면 원안대로 개발하는 세종시도 걱정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오늘은 내일의 역사가 된다. 오늘, 세종시를 향한 국회의원과 정부의 자세를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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