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청 사무관 한 명이 지난 15일 차드(Chad)로 출장을 떠났다. 토종 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 일행 등과 함께 간 이번 출장은 새로운 형식의 ‘지식재산 나눔운동’을 현지에서 펼치기 위한 목적이다.차드는 아프리카 중북부에 있는 나라인데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이라고 불린다.이런 비유에서 알 수 있는 이 나라는 아프리카 최빈국이다. 1달러로 하루를 살아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면적은 한반도의 8배에 달하지만 북쪽 절반은 사하라 사막으로 황폐하다.산업 기반도 취약하다 보니 첨단기술은 사실 쓸모가 없다. 물,식량,연료와 같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이고 현지 여건에 맞는 기술을 더 필요로 한다. 이런 차드를 도우려고 특허청은 적정기술 보급사업을 시작했다.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란 현지 여건에 알맞은 단순한 기술이다. 우리는 활용가치가 높지 않지만 그 나라에서는 효용이 큰 기술을 찾아내어 전파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조리용 연료를 만드는 것과 많이 나는 과일인 망고를 제값받고 팔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차드는 벌목 금지령이 내려 음식 조리에 쓸 수 있는 땔감이 부족하다. 특허청은 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현지에서는 흔한 사탕수수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 사탕수수 껍질을 이용해 숯을 만드는 기술을 찾아냈고 과학자들의 모임인 ‘나눔과 기술’등과 함께 조리용 숯 제조장치와 소규모 공장을 세우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숯을 만들어 현지민에게 보급할 수 있다면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차드에서 많이 나는 망고를 말려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진행하고 있다. 제철이 지나면 버려지는 망고를 말려 ‘건 망고’로 상품화하고 제값을 받을 수 있게 상표와 포장디자인을 개발해 주는 것이다. 현지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필자는 기술의 속성이 이성적이고 차갑게 느껴지지만 적정기술은 더불어 살아가려는 따뜻한 감성이 녹아있다고 생각한다.사실 우리나라는 반세기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중 하나였다.이제 세계 13위권의 신흥 경제강국으로 도약하는 데는 국제사회의 도움이 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OECD 개발원조 위원회에 가입하고 공적원조(ODA)를 연차적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밝힌 것은 한편으로 보면 국제사회에 진 빚을 갚는 일이다. 원조의 대표적인 방식은 현금이나 현물을 주는 것이지만 이보다 현지인들이 필요로 하는 따뜻한 기술을 전파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고기를 잡아서 주는 것보다는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그물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더 유용한 것처럼.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제품과 기술이 쏟아져 나오지만 사실 이런 문명의 이기를 향유하는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나머지 소외된 90%는 첨단은 아니더라도 당장 자신의 고단한 삶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는 간단한 기술을 더 원한다. ‘간디의 물레’처럼 말이다.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술인 적정기술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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