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위원장

 

전체 직원 880명 중 정규직이 213명이고 비정규직이 667명인 연구기관이 있다. 비정규직 비율이 무려 75.8%이고 비정규직의 절대 다수(80.2%, 535명)는 연구원이다. 연구직(580명) 중에서 정규직 연구원은 불과 45명(7.8%)에 불과하다. 작년 7월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라 이 연구기관도 정규직 전환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 마땅한데 현재까지 535명 중에서 491명(91.2%)을 제외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 외에는 전혀 진행한 내용이 없다. 정규직 209명과 비정규직 88명이 가입한 노동조합이 있지만 노사 관계가 원만한 것인지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특별한 다툼이 없다. 이 연구기관의 이름은 기초과학연구원(IBS)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5개 출연연구기관의 정규직화 계획은 2001명 중 1186명(59.3%)이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BS는 끄덕도 하지 않고 있다. 참다못해 2017년 10월 비정규직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제2노조를 만들어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에 비정규직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노조 사무실도 받지 못했고 노조 대표자는 틈틈이 휴가를 내 노조 활동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 정책에 아랑곳없이 비정규직을 희생양으로 삼아 연구기관 발전을 꾀하겠다는 IBS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IBS는 이명박 정부가 과학기술과 비즈니스를 결합해 국제 거점 도시를 만들겠다는 명분에서 만들어진 기관이다. 당시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하기 위해서 과학벨트를 세종시에 유치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박근혜 정부까지도 입지를 둘러싸고 표류하다가 결국 IBS를 대전 엑스포부지에 짓는 것으로 끝났다. 그 과정에서 과학기술계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고 출연연구기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큰소리치더니 결과적으로는 몇몇 관피아를 위한 자리 만들기에 그치고 말았다.

IBS 연구단은 연구단장 1명과 4명의 연구그룹 리더로 구성되는데 실험을 하는 연구단의 경우 연간 총 100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실험을 하지 않는 연구단의 경우 연간 40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이렇게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IBS가 설립 이후 7년 내내 각종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

IBS 직원의 의견과 외부 시선을 모아 문제점을 간추려보면 대강 이러하다. 첫째, IBS를 초창기 포항제철과 견줘 얘기하는 IBS 원장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IBS의 설립 목적이 연구단장 한 사람의 연구수월성에 근거하는 것처럼 잘못 이해하고 있고 그것이 연구원들의 창의성을 억누르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연구직은 대부분 비정규직인데 기관 운영은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내려온 관피아들이 중심이 된 정규직 행정조직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자신의 이익과 성과만을 위해서 젊은 연구원들을 혹사시키고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일부 연구단장들이 비리를 저질러도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개인 비리로 단장직에서 물러난 사람도 있고 현재 경찰 내사가 진행 중인 단장도 있다. 자기 부인을 행정직으로 채용하고 연봉을 높게 책정한 어떤 연구단의 사례도 있다. 그러나 연구단장에게 모든 권한이 주어지고 단장의 공석은 곧 연구단의 해체로 이어진다는 우려 때문에 누구도 내부 비리를 견제하거나 제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어지는 비리와 정부의 방관 속에서 IBS는 오늘도 비정규직들을 희생양으로 바치고 있다. 논문을 준비하다가도 5년이라는 계약 만료에 밀려나는 비정규직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 이 중에는 논문 출판을 위해 무급으로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IBS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연구 환경을 안정화해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IBS를 파행 운영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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