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숙 대전공고 교사

 

“멋있잖아요. 책 읽으면 멋있어 보여서 읽어요.”
‘왕언니’의 한 말씀으로 크게 한 방 먹었다. 나야말로 멋있어 보이고 싶었나 보다. 처음해보는 교사독서모임 운영자 역할에다가 첫 모임인지라 긴장이 됐다. 그럴듯한 말과 진행으로 잘하고 싶었나 보다.
첫 모임 일정을 알리며 읽을거리를 첨부파일로 함께 보냈다. 김이경 작가의 『책 먹는 법』 한 꼭지인 ‘여럿이 함께 읽는 법’을 읽다가 얼른 타이핑해 두었었다. 그렇지 않아도 모임의 취지에 맞는 글을 함께 읽고 첫 모임을 갖고 싶었다.
‘…나 혼자라면 읽지 않았을 책을 읽고, 나 혼자라면 하지 않았을 생각을 접하면서 충격과 깨우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함께 읽기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독서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눈으로 듣는 것…책 한 권만 읽는 게 아니라 그 책을 통해 여러 ’사람-책‘까지 한꺼번에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요.’
모이려고 했던 날 교직원 연수가 잡히는 바람에 전날 점심시간에 우리는 바쁘게 만났다. 함께 읽는 이유를 공유했다면 혼자 읽는 이유를 나눌 차례다.
“저는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면서 제 근본이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바탕을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독서가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저는 좀 이기적인 이유로 독서를 하는데요, 책을 읽을 때면 다 내려놓고 온전히 제가 될 수 있어서 좋아요. 책을 딱 펼치면 그 때는 오로지 저밖에 없으니까 그 기분 때문에 책을 읽곤 해요.”, “동아리 이름(트라이앵글)을 보고 저는 단순하게 ‘버뮤다 삼각지’를 생각하고, ‘이 모임에 한 번 들면 못 빠져나오는 곳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뜻을 풀어낸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정말 문과와 이과의 차이를 실감했어요. 이 모임을 통해 책을 읽으면서 다른 곳을 가보고 싶어요.”
굳이 진행하려 할 필요가 없다. 마중물 한 바가지 부어 놓고 물이 흘러나올 길만 터놓으면 저마다 얘기들을 쏟아내신다. 시간이 모자랐다. 아쉬웠다.
“책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에게 사람만큼 중요하고 좋은 건 없으니, 부디 책도 읽고 사람도 읽는 두 배의 기쁨을 누리기 바랍니다.”라는 김이경 작가의 부탁을 들어드렸다.
“‘나 책 읽는 교사야’라고 생각하면서 학생들 앞에서 자신감을 갖고 말하고 행동해요. 책을 읽으면 마음이 단단해지고 안정돼서 학생들과의 관계가 편안해져요. 일부러 교실에 책을 들고 가거나 자투리 시간이 있을 때 아이들 앞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아, 선생님께서는 책을 읽어서 저러시는구나.’라고 느끼게 해 주고 싶어요.”
책 읽는 교사로 ‘우아한 고독’을 누리시라고 기쁜 마음으로 첫 책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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