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들려주는 동화이야기

“하나 둘 셋 넷~ 이야기시작. 우리 모두 신나게 잘 들어보아요♪.귀는 쫑긋, 눈은 반짝, 준비됐나요 ♬.”
대전 구봉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천사들이 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김필례 할머니의 동화이야기를 듣기 전 예비(?) 동작이다. 김 할머니가 등장하자, 한 아이는 “와! 할머니 예쁘다! 한복도 예쁘다”고 하며 반기기도 했고, 또 다른 아이는 “오늘은 무슨 이야기 들려주실 거예요?”라고 묻는 등 궁금증을 늘어놓기도 했다.

김 할머니가 준비한 이야기 보따리는 ‘별을 좋아한 소년, 과학자 장영실’. 김 할머니는 이야기를 들려 주기 위해 큰 동화 카드를 꺼내 들자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동화를 듣는 내내 아이들의 눈은 할머니의 얼굴을 떠나지 않았다.
“장영실은 어릴 때부터 성격이 밝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어요. 별을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한 장영실은 별들이 조금씩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고, 별이 움직이면 계절과 날씨가 바뀌는 것을 알았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이들은 점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세종대왕의 명에 따라 중국에 다녀온 장영실이 물시계인 자격루를 만들었다는 부분에서 김 할머니는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여러분들이 보는 시계는 사실 장영실이 만들었어요. 자격루가 몇백년 전 만들어진 시계랍니다. 장영실은 신분이 낮아서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조선 최고의 발명가가 되었답니다.”

김 할머니의 동화이야기가 끝나자 아이들은 “내일 또 오시면 좋겠어요.”,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 준 김 할머니는 한국국학진흥원 소속이다. 진흥원에서 아이들에게 선현들의 미담과 우리의 옛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을 지난 200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실시하고 있다.

이야기할머니는 스마트폰과 TV에 빠져 있는 아이들에게 무릎교육의 중요성을 전달한다.어릴 적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할머니의 무릎에 앉았던 기억을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기 위함이다. 할머니들에게도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음으로 이야기와 사랑을 전달하는 재능기부다.

김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러 오는 길이 참 행복하다. 어찌보면 내 손자, 손녀같은데, 어릴 적 할머니 무릎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되돌려 주는 기분이어서 이야기 배우는 것도 즐겁다”며 웃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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