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컴맹작가가 쓴 문학 인생
수년 내 제2수필집 발간, 새로운 목표

▲안초근 작가

2000년대 한창 집집마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할 때에도 그는 인터넷 세계에 대해선 전혀 까막눈이었다. 키보드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워드(Word)는 또 무슨 소리인 지 도통 외국어를 듣는 것만 같았단다. 평생 글이라곤 종이에 만년필로 써내려갔던 그가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겨우 컴퓨터에 지난 날의 글을 하나하나 옮겨보니 책 한 권이 됐다.


안초근 작가가 그의 문학 인생을 정리하는 수필집 ‘우리 전생의 어느 오솔길에서’(도서출판 한일인쇄출판사)를 펴냈다. 책을 펼쳐보면 컴퓨터에 한해서는 문외한임에도 이 책 한 권을 펴내기 위해 밤새도록 키보드를 누르고 있었을 그의 답답함과 함께 긴 인생의 페이지 아래 마침표를 찍곤 흐뭇함을 느꼈을 모습이 떠오른다. 책의 디자인이 거창하지도 않지만 투박한 서체를 보고 있으면 촌스럽게 생각했던 마음은 어느새 아날로그적 감성을 되살려준다. 오죽했으면 안 작가가 책의 말미, ‘서점에서는 구입할 수 없다’는 간곡한 호소(?)를 했을까.

새벽 2~3시가 넘어서도 하루종일 컴퓨터로 한 쪽 분량의 교정을 볼까말까했지만 안 작가 주변 그를 도와준 구원의 손길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200페이지 분량의 어엿한 책 한 권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자칭 컴맹(?)인 그가 유년시절부터 성장하면서 보고 겪은 수많은 이야기들은 42가지의 에피소드가 담긴 하나의 에세이로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그 속에는 그의 예술혼, 이별의 슬픔, 문학인의 비애부터 하다못해 가사 하나에 감동을 받아 평생을 사랑하게 된 가수 등려군(鄧麗君)에 대한 이야기까지 안 작가 평생의 사소한 모든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시 문학’으로 문학계에 발을 디딘 안 작가는 대전문인총연합회 부회장, 대전펜클럽부회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동구문학회 고문, 녹야원 문예창작 강사, 한국가족교육연합회 대전 대표를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안 작가는 “그간 컴퓨터로 작품을 옮겨두지 않아서 한글파일로 옮기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나의 문학사를 정리하는 제1수필집이 각고의 노력 끝에 나온 만큼 수년 내 제2수필집을 펴내는 일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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