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정가, 남북정상회담 파장에 촉각
與 ‘해빙 무드, 평화’ 적극 활용
野 ‘남북 이슈 블랙홀’ 우려

26일 대전시청사에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다. 최 일 기자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 전 세계의 시선이 모아진다. 한반도 평화 정착의 새로운 전기가 될 남과 북 지도자의 역사적 만남이 이날 판문점 평화의집(남측 지역)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를 냉각시켰던 엄혹한 전쟁 위기를 몰아내고, 평화의 훈풍을 불러올 것이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남북 화해 무드 속에 남남 갈등이 우리 사회의 하나됨을 저해하는 요소로 표출되고 있고, 특히 6·13 지방선거 정국에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하는 정치권에선 봄과 어울리는 ‘따뜻한 북풍’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달 중순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본격적인 ‘지선(地選) 모드’에 접어들 더불어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5월 말 또는 6월 초) 등 연이은 한반도 해빙 분위기를 잘 살려 ‘평화, 새로운 나라’를 기조로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를 위해 준비해 온 정책들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등 6·1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정상회담 성공 기원 행사를 갖고 “드디어 한반도에 봄이 왔다. 수많은 인내 끝에 찾아온 평화의 봄이다. 이 평화는 우리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는 것이고, 평화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우리는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의 슬로건으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문구를 채택한 데 대해 “철 지난 색깔론으로 남북정상회담에 찬물을 끼얹으려 한다”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완전한 북핵 폐기 관철에 주력하면서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이란 대형 이슈가 지방선거판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돼 승패를 결정짓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26일 충북도청에서 박경국 도지사 후보, 황영호 청주시장 후보와 기자회견을 가진 정우택 의원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때문에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비전과 정책 대결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아쉽다”라며 선거를 목전에 두고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바른미래당 남충희 대전시장 후보는 이날 논평을 내고 “평화는 중요하다. 그래야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남북 간 긴장 완화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활용돼야 한다. 정치적인 평화가 아니라 남북 공동의 번영을 향해야 한다”라고 밝히고, 민주당과 한국당에 화살을 날렸다. 남 후보는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별개로 여전히 우리의 문제는 경제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을 앞세운 거대 양당의 교차 집권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다. 두 당은 정치경제적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념을 앞세운 적대적 공생으로 한국 경제를 수렁으로 밀어넣었다. 정치적 평화 이후 본격적으로 도래할 서민경제 위기가 걱정스럽다. 혁신경영으로 지역경제의 활로를 개척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며 바른미래당이 대안세력임을 부각시켰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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