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우린 다른 적이 없어요 / 잊지 말아요, 그 사실 하나만 / 우리 충분히 그리워했죠 / (중략) / 우리 노래 불러봐요 / 하나 되는 그날 가슴 벅차 오를 / 꿈을 위해 … ” 통일 염원 노래 ‘원 드림 원 코리아’가 자꾸만 귓가에 맴돈다. 이 노래는 4·27 남북정상회담 환송행사 때 배경음악으로도 쓰였다. 남북화해 및 평화 분위기가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고 있다.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사전협의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방법으로 핵을 전면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4·27일 남북정상회담 오전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남북정상의 만남에서 남북 화해와 통일 속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속도를 강조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만리마 속도전’으로 하자던 말이 조금은 실감난다.

더욱 반가운 것은 남북관계 개선의 효과가 의외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엊그제 서둘러 북한에 보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의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는 한반도 분위기가 호전되는 과정에서 자칫 중국이 배제된 채 남북한과 미국 3자가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된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이 중국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남북관계 개선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미중 주도의 동북아 신질서의 재편 결과에 따라 좌우될 수 있지만, 반대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동북아 질서 재편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민이 적지 않다. 남북평화체제 구축과 북한 비핵화 과정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신뢰는 바닥권이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섣불리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공언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달성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 속전속결식 핵폐기 일괄타결도 모색하고 있다. 반면에 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천명하기는 했지만 실행방식을 놓고는 ‘단계적·동시적’ 접근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 핵의 동결과 감축, 폐기 식의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제재해제와 평화협정 체결, 국교정상화 등 보상을 얻어내는 방식을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 측의 수 싸움이 대단할 것이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모처럼 형성된 대화와 평화구축 분위기가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엄중한 시기를 맞고 있다. 이번 기회를 살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한민족의 운명이 달려있다. 국민이 하나 돼야 기회를 살릴 수 있다. 여야, 진보·보수 진영으로 나뉘어 대결할 때가 아니다. 정상회담을 두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위장 평화 쇼’라고 비판한 데 이어 연일 독설을 날리는 모습은 영 거북하다. 오죽하면 상당수 같은 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홍 대표를 공개 비판하겠는가.

보수 정치권도 대북통일 사안과 관련해 그동안 의미 있는 일들을 적잖이 해왔다. 북한의 ‘속임수’나 ‘위장 평화 공세’에 대해 돌직구를 날림으로써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북한이 제 길로 나오는 데 기여를 했다. 진보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들어주고, 보수는 북한의 각성을 심하게 요구함으로써 안보와 대북정책의 균형을 이뤄온 측면이 적지 않다.

지금은 남과 북, 남남이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마음과 뜻을 맞춰야 한다는 ‘이심전심’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의 만찬 답사에서 “우리는 갈라놓을 수 없는 하나라는 사실을 재삼 인식하게 됐다”면서 “(우리의 앞길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 우리는 그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역사의 주인공들”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만찬 환영사에서 “우리는 마음이 통했다”면서 “남과 북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결정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심전심의 희망이 보인다. 대통령과 정부는 야당과 함께 하고, 보수와 진보,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통일로 달려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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