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소중함 생각하게 하는 5월
詩 64편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담아

아버지 얼굴 까맣게
잊고 있을 때

아버지는 무엇이 급해서
빨리 가셨나요?

어머니 서른세 살
시부모와 오남매를 두고 떠나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지만

슬하의 어린 자식들이
자랑하며 꽃 피울 때까지

먼저 가신 해를 그리워하며
차가운 유혹을 넘어
바늘로 찌르며

앳되고 고운 청춘 다 바친
애달픈 삶

그 참사랑과
온유하심을 잊지 않습니다.
- 사모곡 中

오용균 시인

깊은 사랑과 헌신은 부모님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인성이 메마르고 세상이 각박해져도 스스로를 지탱해 주는 건 부모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안부 전화 한 통으로 효도를 다했다고, 용돈 두둑이 드렸다며 효도했다고 안심하는 이들이 많은 세상에서 부모님 이 세상 등진 뒤 후회하지 않을 이가 있을까.

가정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되는 5월 오용균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사모곡(도서출판 심지)’를 펴냈다. 그간 미발표된 시 등 64편을 묶은 신간에서 오 시인은 그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와 믿음을 아끼지 않았던 모친의 모습을 되새기며 어머니의 사랑을 고백한다. 어머니 살아생전 휠체어를 탄 모습을 보여야만 했던 그여서 마음 깊숙이 죄스런 마음이 늘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건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1부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 2부 ‘사모곡’, 3부 ‘가슴에 피는 별꽃’, 4부 ‘밤바람과 갈대숲’으로 구성된 시집은 하나님을 향한 그의 기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불혹의 나이에 1급 지체장애인이 된 그를 믿고 섬겨 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 생활 속에 있는 이야기와 자연을 담아냈다.

1946년 대전에서 태어나 1995년 ‘문예한국’으로 등단한 오 시인은 한남대 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를 수료하고 현재 ㈔모두사랑 대표이사장 겸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달과 하얀 민들레’, ‘푸른 거목에 피는 꽃들’, ‘흙에 묻어도 흙이 묻지 않을 내 삶’ 등 시집이 있다. 평생 장애인의 사회적 권리와 인권 향상에 헌신한 사회운동가이자 교육자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2002년 한국을 빛낸 올해의 100인 선정을 시작으로 한국장애인인권상(2003), 한빛대상 사회봉사대상(2008)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지난 2009년엔 행정안전부로부터 대한민국 목련장을 수훈하는 등 문단과 시민사회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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