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브리핑’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5월 2주차 브리핑>

 

가장 최근에 발생한 일베 관련 사건. 지난 10일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수업중 강사가 고래회충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합성한 ppt 화면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었다. [경북대 학생 고발 사진]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 대한민국 뒤덮은 일베의 그림자

- 공수창 감독의 영화 ‘알포인트’가 대한민국 공포영화의 수작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어제까지 바로 내 옆에 있는 동료가 실은 원혼일 수 있다는 심리적 공포를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명백히 구분되는 외부의 적과 달리 내부에 숨어있는 적은 내 이웃과 내 동료, 심지어 가족까지 믿을 수 없게 만들기에 그 자체로 끔찍하다.

- 지난 한 주는 대한민국이 그 같은 끔찍한 공포를 다시 한번 경험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MBC의 잘 나가던 예능 프로 ‘전지적 참견 시점’이 시청자에게 웃음을 준답시고 ‘어묵 먹방’의 자료화면으로 세월호 보도 장면을 배경화면으로 내보낸 것이다. MBC 자체조사 결과, 우연히 발생한 실수도 아니었다. 제작진은 분명 세월호 자료화면인 것을 인지하고도 블러 처리를 하면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야말로 참사 수준의 현실감각이었다. 결국 제작진은 물론이고 MBC 최승호 사장까지 나서 몇 번이나 공개사과를 해야 했고, 출연자인 이영자 씨도 충격을 받아 녹화 불참을 선언했으며, 결국 방송은 2주 동안 결방 처리되는 결과를 낳았다.

- MBC는 제작진의 안일한 판단으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하고 있지만 지켜보는 국민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한두 번이면 우연이지만 세 번 네 번 반복되면 필연이기 때문이다. 방송가에서 이와 같은 사례가 한두 번 벌어진 것도 아니고, 하필 어묵을 주제로 한 화면에 세월호 영상이 우연히 끼어들었을 것이라고 믿는 순진한 사람은 없다. 모두들 입 밖으로 꺼내기도 싫어하지만 모두들 그 뒤에 도사리고 있을 ‘일베의 그림자’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는 우리 몸에 자라나는 암세포와 같이 어느덧 우리사회를 잠식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미 그들을 해로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그 사이트는 쉽게 폐쇄되지도, 법적인 제재도 아니 받고 우리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세월호 폭식투쟁처럼 그들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자들이 여전히 우리사회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스스로 잘 알고 있어서인지, 일베는 종종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하기를 주저하지는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 스스로의 인생을 담보로 한 위태로운 장난을 놀이처럼 자행하고 있다. 친누나 속옷 인증, 조선족 여아 강간모의 사건, 대구지하철 참사 ‘통구이 비하’ 등의 폐륜적인 행위는 물론이고 유아용 젖꼭지 테러, KBS 일베 수습기자, 초등교사 일베 인증 사건, TV매장 노알라 방영, 고노무 호두과자 사건 등 자신들의 직업영역에서조차 커밍아웃하듯 일베 회원임을 과시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등 손에 꼽기도 어려울 만큼 수많은 물의를 빚어왔다.

- 특히 방송영역에서의 전적은 화려하다 못해 처참하다. 일베에서 고의로 변형시킨 로고 등을 잘못 사용한 경우는 차라리 귀여운 수준이고, 잊을 만하면 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합성사진이 방송화면에 수시로 등장한다. 심지어 범죄 관련 뉴스에서 범인의 실루엣이 노 전 대통령인 경우 등 도저히 실수로 볼 수 없는 악의적인 방송사고도 빈번했다.

- 일베가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대놓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은 그들이 미쳐서도, 용감해서도 아니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즉, 아주 잠깐 사회적 문제가 된다 해도 그때뿐, 사람들은 곧 잊을 테고 그들은 별다른 징계 없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똑같은 일을 되풀이할 뿐이다.

- 이에 대해 네티즌들도 작금의 사태에 대해 분노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각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련 댓글로 “(언제나 그랬듯) 협력사 직원 잘못으로 넘기고 끝내겠죠 ”, “매일 뉴스 화면 널리고 널린 게 방송국인데 하필 어묵먹는 편에서 세월호 화면 쓴거면 빼박 일베죠”, “걸리면 사과, 모르면 낄낄”,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다 라는 말 참 싫어하는데, 일베를 보면 사람 자체가 끔찍하고 무섭다는 생각밖에 들질 않아요”, “인간이기를 거부한, 사회악이죠”, “일베는 폐기가 답”,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그 이름 일베” 등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 한편 이달 들어서도 일베 냉면집 사장 세월호 폭식투쟁 지원 논란, 일베 BJ 광주에 PC방 오픈 논란,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고래회충 사진에 노무현 합성사진 논란 등 일베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살충제라도 뿌려 대응할 수 있는 모기 등의 해충과 달리, 일베충의 공격에 무방비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모기는 여름 한 철 괴롭기라도 하지, 사회 곳곳에 도사린 일베충의 습격은 사시사철이기 때문이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