콥(THE KOP 리버풀 팬 별칭)이라서 행복해요. '행복풀'이라고 외치던 리버풀 응원 문구는 지난 수년간 '반어법'에 가까웠다. 리버풀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2005년이 끝이었다. 이후 13년 동안 리버풀은 '별들의 무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본적이 없다. 본선 진출도 번번히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영국 안필드에서 열린 브라이튼과의 홈경기 리버풀 경기장에 '언제나 행복풀 리버풀 최애해요♥'라는 한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 = 스포티비 캡처

 

#. "언제나 행복풀 리버풀 최애해요♥"

13일 영국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 브라이튼전 후반 막판 안필드에는 '행복풀'이라는 문구가 띄워졌다.   

"언제나 행복풀 리버풀 최애해요♥"라는 한글 문구가 영국 안필드에 등장했고 경기를 중계하던 국내 중계진과 리버풀팬들은 이를 지켜보며 놀람 반 설레임 반의 반응들을 쏟아냈다.
 
이번엔 반어법이 아니라 진짜 '행복풀'리버풀이었다.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에서 리버풀의 선전에 리버풀 팬들은 진짜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이날 리버풀은 브라이튼과의 2017-2018시즌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 리그 최종전에서 4-0 완승을 거뒀다. 

전반 26분 모하메드 살라의 선제골로 앞서나간 리버풀은 전반 40분 데얀 로브렌이 크로스바 높이까지 뛰어오르는 엄청난 러닝 점프에 이은 헤딩골로 2-0 추가골을 터뜨렸다. 

이어 후반 53분 도미닉 솔란케가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기록하며 3-0 쐐기골을 만들었다. 리버풀은 32분 뒤 왼쪽 풀백 앤드류 로버트슨의 추가골까지 이어지며 4-0 완승을 기록했다. 이날 브라이튼전에서 승리한 리버풀은 2017-2018 시즌 EPL 유일 '홈 무패' 팀이라는 영예와 함께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도 확정지었다.  

#. 어게인 1981 ! 유러피언컵 결승서 레알 꺾었던 리버풀

'이스탄불의 기적' 이후 13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리버풀이 6번째 '위너스 패치' 수집에 나선다. 상대는 챔스 3연패를 노리는 레알마드리드다. 레알마드리드는 수년간 유럽대항전 정상을 지켜온 전대미문의 클럽이다. 

하지만 상대전적은 리버풀이 3승 2패로 앞서있다. 리버풀과 레알마드리드의 첫 맞대결은 1980-1981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 전신) 결승전이었다. 결과는 리버풀의 1-0 승.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 였다. 당시 유럽대항전에서 리버풀은 '언더독' 이었고 막강 레알을 꺾고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지금의 리버풀도 당시 상황처럼 '언더독'으로 평가 받고 있다. 

레알마드리드와의 유러피언컵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리버풀은 다시 한 번 1981년때처럼 '미러클 리버풀' 재현을 꿈꾼다.

#. '친구'같은 감독 '노멀원' 위르겐 클롭의 리더십

2016-2017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리버풀은 간신히 리그 4위에 수성하며 챔스 PO 티켓을 확보했다. 추가 합격과도 같았던 리버풀이다. 그랬던 그들이 지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향한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상승세를 탄 리버풀의 중심에는 '노멀원' 위르겐 클롭 감독이 있다.
리버풀 명가 재건 발판을 마련한 클롭 감독은 3년전 부임 당시 자신의 공약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2015년 여름 리버풀로 부임할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4년 안에 어떤 우승컵이라도 들어 올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클롭은 리버풀 지휘봉을 잡은지 3시즌 만에 '무너진 명가' 리버풀을 '유럽 정상팀'으로 올려놓았다.

게겐프레싱 전술로 명장 반열에 오른 클롭이지만 자신을 '평범한 사람' 그러니까 노멀원 이라고 자처한 그는 정리 안된 덥수룩한 수염만큼이나 수더분하고 친근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 더 매력적인 감독으로 평가 받고 있다.

경기가 끝나면 일일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포옹을 서슴지 않는다. 상대팀 선수에게도 기꺼이 위로와 격려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은 지휘봉을 잡은 감독이라기보다는 아버지 혹은 동네 형의 모습과 다를바가 없다. 

그런 클롭의 태도는 과거 그가 선수출신이였을 당시 그러니까 독일의 에르겐징겐(1983~1986), 마인츠05(1990~2001)에서 센터백과 스트라이커 등으로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경험들에서 찾을 수 있다. 

주목받지 못한 선수에게 더 친근감 있게 다가가는 그는 결과 지상주의 현대 축구판에서 몇 안되는 덕장(德將)으로 꼽히는 이유다. 덕장 클롭은 이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명장 지네딘 지단과 만난다. 클롭은 지단이 이끄는 유럽최강 레알을 꺾고 13년 만에 리버풀을 유럽 정상에 올려 놓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리버풀과 레알마드리드의 결승전은 27일 새벽 3시 45분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피스키스타디움에서 킥오프 된다.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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