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역할이 조직 역량 좌우 당근·채찍 적절하게 활용해

조직에서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되니 가장 힘든 일이 조직 구성원이 제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도하는 일이다. 평직원일 때는 별로 고민하지 않던 고민들을 아주 흔하게 하게 된다. 아침에 내부 회의에서 비슷한 사례를 겪으면서 문득 얼마 전에 읽었던 이솝 우화집 내용이 생각났다.어느 시골마을에 말 두 마리를 가지고 생업을 잇는 장사꾼이 있었다. 이 장사꾼은 이곳저곳을 다니며 그곳에서 흔한 물건을 싸게 사서 다른 곳으로 가져가 이문을 남기고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여느 날처럼 이 장사꾼이 말두마리를 앞세워 등에 짐을 잔뜩 실은 채 길을 가고 있었다. 앞에 있는 말은 온 힘을 다해 길을 걷고 있는데 뒤따르던 말이 너무 힘들자 꾀를 내어 느릿느릿 굼뜨게 가기 시작했다. 장사꾼은 정해진 길을 가기 위해 뒷말이 지고 있던 짐들을 덜어 앞에 가는 말에게 옮겨 싣기 시작했다. 짐을 다 옮기자 발걸음이 훨씬 홀가분해진 뒤의 말이 앞의 말에게 말한다. “고생 좀 하라구! 네가 더 열심히 걸어갈수록 고생만 더하게 될 테니까!” 이윽고 그들이 목적지에 이르러 짐에 있는 물건을 모두 팔게 되고 여인숙에 묶게 된다. 여기서 이솝 우화는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첫 번째 버전은 장사꾼의 이야기를 들은 여인숙 주인이 ‘한 마리에 다 실을 수 있는데 뭐하러 두 마리나 데리고 다닙니까’ 하자 장사꾼이 그 말이 옳다구나 하면서 힘센 말에게는 좋은 먹이를 실컷 주고 나머지 녀석은 가죽으로 쓰기 위해 죽여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두 번째 버전은 좀 더 현실적인데, 하루를 보낸 장사꾼이 여인숙 주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으나 말을 죽이기는 아무래도 너무 아까워서 어제처럼 많은 물건을 그냥 앞말에게 싣고 먼 길을 가다 그만 앞말도, 뒷말도 모두 지쳐버려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다 같이 주저앉고 말아버렸다는 것이다. 이솝우화집을 엮은 저자는 이 두가지 중 후자의 상황을 경계하면서 전자의 경우처럼 리더가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잘 관리해야 조직을 원만하게 이끌 수 있다는 것으로 끝맺음을 한다.그냥 책으로 읽을 때는 필자도 당연히 일 열심히 하는 말에게 더 잘해주고 그렇지 못한 말은 호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난 몇 년 간의 관리자 생활을 돌이켜보니 조직을 관리할 때는 오히려 전자보다는 후자와 같이 느슨하게 처리하고만 사례가 더 많았음을 반성하게 된다. 사실 신상필벌이라는 게 말로는 아주 쉽지만, 매일 보는 사람들을 업무능력이나 실적만을 가지고 호되게 다루기는 쉽지 않다.필자는 두 가지를 절충한 시나리오는 없을 까 하고 고민하다 요즘에는 아주 간단하고 평범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말 두 마리가 다 같이 힘을 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 일 못하는 말이라 해서 그냥 없애버리는 것은 아깝다. 사실 그 말도 잘만 다루면 얼마든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꾀를 부리는 뒷말에게는 계속 그렇게 할 경우 아예 팔아버리겠다고 위협을 하고, 잘하는 말에게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당근을 듬뿍 주는 인센티브를 통해(이를 경제학에서는 일종의 시그널링이라 한다) 게으름을 미연에 방지하고 각자가 가진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 많지 않은 재량을 활용해, 그리고 말들이 아니 같이 일하는 동료직원들이 그런 내 맘을 충분히 이해해주길 기대하면서.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