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찬 대전시 안전정책과장

 

신록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산이나 공원에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따라나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4월부터 시작된 각종 봄꽃 축제에 이어 5월에도 100건이 넘는 지역축제가 예정되어 있어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봄은 재난의 계절이기도 하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산불피해의 절반이 4~5월에 발생했다. 원인은 대부분 불법취사, 소각 등 등산객의 부주의다. 산불뿐만이 아니다. 축제 중 인명사고, 등산 중 실족 등 각종 안전사고들이 봄철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안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안전불감증’이다. 안전불감증이란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둔하거나 안전에 익숙해져서 사고의 위험에 대해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일 등을 말한다.

하인리히는 1931년 자신의 저서에서 하나의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통계적으로 29번의 중소규모 사고와 300건의 사소한 징후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1931년에 주장된 이 법칙이 지금까지도 자주 인용되는 이유는 1, 29, 300이라는 그 숫자가 정확해서가 아니다. 사고는 일어나기 전 우리에게 수없이 경고를 보내줬지만 그 경고를 우리가 무시했기 때문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됐다는 메시지가 명확해서다.

세월호 사건이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 등 안전불감증에 의한 안전사고들이 많이 일어났다. 안전사고가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안전과 관련된 각종 규정 등을 무시하다가 최소화할 수 있는 재난을 크게 키우게 되는 것이다.

지난 4월 19일 한 시민이 “정부대전청사 동측 진입로에 작은 싱크 홀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했다. 보수를 위해 출동한 관계자가 처음에 확인한 싱크홀은 지름 30㎝ 크기였으나, 매립 공사를 위해 콘크리트를 걷어내 보니, 도로 아래 공간이 가로 2m, 세로 2m, 깊이 4m 가량 상당한 크기의 공간이 나타났다. 조금만 늦었으면 대규모 도로 침하로 대형사고가 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인데, 한 시민 덕분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분께 모든 시민을 대신하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신고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스마트폰의 ‘안전신문고’ 앱이나 안전신문고 홈페이지(www.safetyreport.go.kr)를 통하여 신고하면 되고, 신고대상은 축제장, 야영장의 위험요인, 불법취사 및 소각행위 장소, 낙석위험, 파손된 도로 및 등산로, 기타 전반적 생활안전 위험요인이다. 매일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신고할 수 있을 뿐더러 신고 후 자동으로 신고위치가 등록되기 때문에 1분 이내에 신고 가능하며, 접수 7일 이내에 관할 행정청에서 처리결과가 신고인에게 통보된다. 2015년도부터 본격 운영된 안전신문고는 2016년 5201건, 2017년 8389건, 2018년 4월말 현재 4973건의 신고처리를 하며 효과적인 안전지킴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 시에서는 신고하는 시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하여 지난해 9월부터 ‘안전신고 포상금제도’를 도입하여 12월에 안전관련 시책제안 및 신고활동 우수시민 51명에게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까지 총 1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으며, 금년부터는 연 2회 총 2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제도의 도입과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져 금년 4월말 현재 우리 시 신고건수는 4973건으로 전년 동월 2385건보다 109% 크게 상승했다.

나쁜 습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습관을 없애는 게 아니라 새로운 습관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위험요인에 무관심한, 안전불감증이라는 나쁜 습관을 갖고 있다. 이것을 사고가 일어나기 전 우리에게 보내주는 작은 경고들에 예민하게 주목하는 습관으로 바꿔야 한다. 일상 속 사소해 보이는 위험요소들을 꾸준히 신고하는 것은 우리의 오랜 안전불감증을 바꾸는 시작점이다.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 더 안전하고 더욱 행복한 대전을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안전신고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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