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노닐고 하늘엔 독수리 … 멸종위기 동·식물의 낙원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白頭大幹)’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익숙지 않다. 그동안 태백산맥, 소백산맥 등의 이름으로 배워온 탓에 지난 백년간 잊힌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백두대간이 한반도 고유의 인문·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나라 주요 강의 발원지가 모두 있는 생태계 보전의 핵심공간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잊혔던 시간동안 경제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백두대간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더욱이 생태적 복원 등의 미흡으로 지형과 경관 등에 대한 훼손이 더 확대될 수도 있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다행히 지난 2005년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단절 없이 이어진 우리 국토의 산줄기로서 백두대간을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지난 백년의 한을 풀어주는 계기가 됐다. 다시금 이름을 찾은 백두대간을 미래유산으로 존속시키기 위한 산림청의 노력을 살펴본다. 편집자

 

 

1.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의 중심, 백두대간

#. 왜 잊혔을까?
우리에게는 우리 고유의 지리학이 존재했다. 그것이 ‘산경표(山經表· 백두산을 중심으로 산지가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조선 후기 실학자인 신경준이 표로 정리한 것)’에 나타난 1대간과 1정간, 13정맥이다. 백두대간은 백두산부터 원산, 함경도 단천의 황토령, 함흥의 황초령·설한령, 평안도 영원의 낭림산, 함경도 안변의 분수령, 강원도 회양의 철령과 금강산, 강릉의 오대산, 삼척의 태백산, 충청도 보은의 속리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다. 장백정간은 장백산을 시작으로 함경도 경성의 거문령, 회령의 차유령, 경성의 녹야현, 경흥의 백악산·조산을 지나 서수라곶산까지 함경도를 동서로 관통하는 산줄기이며 낙남정맥(洛南正脈), 청북정맥(淸北正脈), 청남정맥(淸南正脈), 해서정맥(海西正脈), 임진북예성남정맥(臨津北禮成南正脈), 한북정맥(漢北正脈), 낙동정맥(洛東正脈),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 한남정맥(漢南正脈), 금북정맥(錦北正脈),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 금남정맥(錦南正脈), 호남정맥(湖南正脈) 등이 13정맥이다. 우리 선조는 산과 강을 하나의 유기적인 자연구조로 보고 그 사이에 얽힌 원리를 찾는데 지리학의 근간을 뒀다.

약 10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배워오고 있는 산맥(山脈)이라는 용어는 일본인 지질학자 고토분지로에 의해 태어났다. 일본은 1880년대부터 조선에 대한 지질 및 광상(鑛床) 조사를 빈번하고 치밀하게 실시했으며 1890년대부터 전문적인 지질학자와 광산기술자 등을 동원해 지질탐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의 지형에 대한 연구도 수행됐던 것. 고토분지로는 조선의 지질을 연구하여 ‘한반도의 지질구조도’라는 것을 발표했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줄기 개념인 백두대간은 사라지고 태백산맥이 그 자리에 들어서게 됐다.

고토분지로가 우리나라 땅을 조사한 것은 1900년과 1902년 두 차례에 걸친 14개월 동안이다. 한 나라의 지질구조를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그만한 기간에 완전하게 조사했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03년에 발표된 한 개인의 지질학적 연구 성과는 향후 우리나라 지리학의 기초로 자리 잡아 산경표를 대신해 지리교과서에 들어앉게 됐다.

지형을 이해할 때 그 땅 위에서 살고 있는 인간을 포함시켰는가, 아닌가의 차이는 결과적으로 땅을 바라보는 사고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이런 측면에서 인간을 배제한 채 땅속의 지질을 기준으로 태어난 새 산맥체계는 우리 전통의 자연인식을 배신하며 전통 산줄기를 빼앗아간 행위다.

 

 

#. 자연생태계의 보고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길이는 약 1494㎞다. 이 중 남한의 향로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는 약 680㎞정도로 능선은 6개 도, 12개 시, 20여 개 군에 걸쳐 있다. 백두대간 안의 국·도립 공원과 산림유전자원보호림 등 법적으로 보호되는 면적은 약 30만㏊다.

백두대간에는 위도와 고도에 따라 고산기후부터 난대기후까지 여러 종류의 기후대가 나타나며 여기에는 극지고산식물, 고산식물, 상록침엽수, 낙엽활엽수, 상록활엽수 그리고 이들이 섞여있는 혼효림 등 다양한 식물종과 식생이 펼쳐져 있다. 전체 식생과 식물상에 대한 규명은 아직까지 미흡하나 지리산 천왕봉(1915m)에서 향로봉(1296m)까지 남한의 백두대간 능선부 상에만 총 120과 1326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다수의 희귀식물들도 포함돼 있다. 이는 한반도 전체식물 4071종의 33%가 분포하는 것으로 백두대간이 우리나라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로 손색이 없음을 말해 준다.

숲의 주인이자 자연생태계의 정점은 바로 야생동물이다. 동물들이 사라진 숲은 더 이상 숲이라고 할 수 없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상징이 동물과 인간의 공존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산지를 중심으로 많은 야생 동물들이 서식해왔다. 예나 지금이나 백두대간은 야생동물의 중요한 서식처이며 한반도를 거쳐 유라시아 대륙과 일본열도를 연결하는 큰 규모의 이동통로이다. 1980년대 이후 야생 동물 전반의 서식처에 대한 위협과 멸종위기가 계속돼 왔다. 그나마 백두대간이 야생동물의 마지막 은신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백두대간에서 확인된 야생 동물의 종은 포유류 17종, 조류 4종, 양서류 2종, 파충류 4종 등 27종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조사에서는 백두대간의 13개 조사지역에 모두 15종의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지역에서 널리 서식하는 포유류는 노루, 족제비, 멧토끼, 청설모, 다람쥐, 두더쥐 등 6종이다.

백두대간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로는 포유류가 수달,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산양, 하늘다람쥐 등이며, 어류는 어름치, 열목어 등이다. 조류는 원앙, 흰꼬리수리, 참수리, 붉은배새매, 검독수리, 독수리, 매, 황조롱이, 두루미, 재두루미, 까막딱다구리, 크낙새, 큰소쩍새, 솔부엉이, 쇠부엉이, 수리부엉이, 큰고니, 올빼미 등이며, 장수하늘소 등 곤충류가 포함된다. 산양은 설악산국립공원, 태백산도립공원, 소백산국립공원, 월악산국립공원 지역에서 서식하며 수달은 태백산도립공원과 소백산국립공원 그리고 속리산국립공원 등에서 발견됐다.

특히 백두대간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동물 중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것이 반달가슴곰이다.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 종으로 현존하는 포유동물 중 가장 보존가치가 높은 천연기념물이자 법적보호동물이다. 따라서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지난 2001년부터 반달곰복원사업을 시작했고 북한산과 연해주산 등 반달곰을 방사해왔다. 하지만 멧돼지를 포획하기 위해 쳐 놓은 올무에 반달곰이 걸려 죽는 등 멸종의 위기에서 반달가슴곰을 구하기가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다.

긴 역사에 걸쳐 기후와 지질적인 과정에 의해 형성된 백두대간과 그곳의 대규모 산림대는 중요한 생태적의미를 지닌다. 산림구성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자원과 산소, 휴식 등을 공급하는 공익적 기능과 목재, 임산물, 광물의 생산적기능 그리고 삶의 공간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형 산들의 모임으로 구성된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거대한 수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아울러 백두대간 능선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처와 이동통로를 제공함으로서 종 다양성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백두대간의 생태적 중요성이라 할 수 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다음편 ‘백두대간 보호·복원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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