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원 충남지방경찰청 기획예산계 경감

 

예전에 모 개그프로그램에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가 있었다. 부부와 아들이 한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일상의 대화를 코믹하게 그려냈다. 방송 당시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 간 대화가 부족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각자 출퇴근 시간이 다르다 보니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는 것조차 어렵게 되었다.

아침은 바쁘거나 밥 생각이 없어서 그렇고 점심은 으레 각자가 해결하고 저녁마저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 부모는 가족보다 직장동료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고 식사도 밖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다 보니 옛 어른들이 중요하게 여겼던 밥상머리교육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덩달아 가족 간 대화도 줄어들고 서로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부모님, 4형제가 함께 모여 먹던 밥상과 결혼해서 한 가정을 이룬 지금의 밥상에서 느끼는 차이가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는 어른이 숟가락을 들고 나서야 식사를 시작했고, 좋은 음식은 항상 어른들 앞에 놓여 있었다. 또한, 가끔은 커다란 양푼에 밥을 비벼 형제끼리 서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으려 숟가락을 내밀었던 기억이 있다. 가난한 살림에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아 벌어진 현상이지만 그러면서 내가 더 먹으면 어른들이나 다른 형제가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닫기도 했다. 매일 반복되는 단순한 자리였지만, 밥상머리교육을 통해 어른을 공경하고 가족을 배려하는 의식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었다. 아울러, 이러한 마음가짐이 곧 사회생활로 이어져 상대방을 존중하고 사회규범을 준수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이처럼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한 식사자리는 사회규범, 예의범절을 배우고 가족의 소중함과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까지 배우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일종의 경건한 의식이었던 셈이다.

또한, 식사를 하는 내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정의 화목도 돈독해지고 부모와 자식 간 오해나 갈등도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효과도 있었다. 최근 들어 부모와 자식 등 가족 간에 일어나는 각종 범죄를 접하면서 밥상머리교육의 필요성을 새삼 느낀다. 가족간 대화의 단절에서 오는 부작용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3대가 모여 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그때가 그리워지는 5월이다. 가족 간 화목을 다지고 아이의 인성을 올바르게 키워주는 밥상머리교육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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