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로 매물 늘어나
아파트 매매가 하락세 지속
갭투자 물량 유입에 가격 더↓

<속보>=세종 빨대효과로 아파트 매매가가 떨어진 대전에 다른 악재가 겹치기 시작했다. 갭투자가 성행하던 시절의 물건이 하나둘씩 시장으로 유입돼서다. 이 문제가 당장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매매가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역기능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보 5월 11일자 9면 보도>

2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전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지난달 둘째 주 -0.06%를 보인 뒤 셋째 주 보합, 넷째 주 -0.02%, 다섯째 주 -0.03%, 이달 첫째 주 -0.05%, 둘째 주 보합, 셋째 주 -0.03% 등 7주 연속 상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대전은 주택 부지 부족으로 매매 수요가 항상 넘쳐나 전통적으로 아파트 매매가가 오르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세종에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양도세 중과가 시행돼 세종과 대전에 주택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가 대전의 물건을 시장에 내놔 가격 하락이 발생했다.

여기에 최근 갭투자 물량이 매매시장에 유입돼 가격 하락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실정이다. 갭투자는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의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갭투자는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성행한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대전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80%에 육박했고 서구 일부 아파트는 90%를 넘기도 해 갭투자의 타깃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선 78%대에 머물며 약보합세를 기록 중이다. 이 때문에 전세가율이 80~90%대에 갭투자를 통해 아파트를 사들인 갭투자자는 최근 전세가율 하락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어지자 물건을 내놓기 시작한 거다. 가령 전세가율이 80%인 3억 원의 아파트를 갭투자로 구매할 경우 3억 원의 자금을 구한 뒤 바로 전세를 내놔 2억 4000만 원의 보증금을 회수한다. 실제 투자금액은 6000만 원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전세가율이 70%로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전세 보증금은 2억 1000만 원이 되는데 이럴 경우 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들어진다. 결국 자금력이 약한 갭투자자는 매매 시장에 내놓게 되는 것이다. 실제 서구의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같은 동, 호수임에도 2000만~3000만 원 저렴한 물건이 나왔고 이달에 거래된 서구 둔산동의 한 아파트는 같은 층, 전용면적인데도 전월보다 1000만 원 저렴하게 거래됐다. 사실상 갭투자 대상이었던 물건이었지만 전세가율 하락에 따라 급매로 나온 것이다. 아파트 전세가율 하락으로 전세 시장에 유입될 아파트가 매매 시장에 나오자 양도세 중과로 하락 중인 아파트 매매가가 더욱 떨어지게 되는 거다.

대전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로 대전에 아파트 매물이 늘어났고 갭투자 물건 역시 전세가율 하락으로 슬슬 나온다”며 “최근 급매로 나온 아파트 중 적지 않은 물량은 갭투자 대상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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