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대전글꽃초 교사

 

‘수포자’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학창시절 수학을 어려워했던 나에게 10여 년의 수학 수업 연구의 시간들은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초등학교 수학은 가장 쉬운 단계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단계이므로, 학생들이 수학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갖고, 흥미를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구를 시작했었고, 지금도 학생들이 수학 수업에 쉽게 즐겁게 참여하도록 체험과 놀이 중심의 수학수업에 대해 줄곧 고민 중이다. 이런 오랜 수학 수업의 연구의 연장선에서, PISA와 TIMSS 등 국제 수학 성취도 비교 연구에서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한 경향을 보이는 대만을 방문해 수학수업을 보게 될 기회가 있었다. 그 수업은 나에게 교사로서 수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해 주었다.

수업을 공개한 대만의 Ru-Hao Wu 교사는 요즘의 트렌드에 맞게 학생 참여 그리고 활동 중심의 수학 수업을 보여줬다. 이 수업은 교실의 중심에서 원의 중심, 정사각형의 중심, 삼각형의 중심을 찾아보는 수학 기초 활동을 통해 학생과 수학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수학적인 지식을 학생 스스로 만들어 가는 수업이었다.

루 교사의 수업은 겉으로 보기엔 매우 소박했다. 활동지 몇 장, 삼각형 모양의 종이, 자를 활용한 것이 전부였다. 교사용 동기 유발 자료나 화려한 구체물도 사용하지 않은, 요즘의 공개수업에서 매우 보기 드문 수업이었다. 판서도 소박하고 정겨웠다.

그러나 루 교사는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열심히 생각했고, 문제마다 꽤나 다양한 답을 제시했다.

교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교실이 중심을 찾고, 스스로 고민해보고, 짝과 함께 이야기도 해보고, 답을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저렇게 몇 가지 가능한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했다. 수업 시간 내내 학생들은 유쾌했고 진지했다.

루 교사 수업의 특징은 수학적 원리 탐구의 책임과 기회를 교사로부터 학생에게로 옮기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교사의 모습보다 학생들의 유쾌한 배움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까지 교사가 빛이 나기 위해 새로운 교수법을 찾으려 했고, 교사의 수업기술로 수업효율성을 높이려고 했던 어리석음에서 루 교사의 수업처럼 학생이 빛나는 수학 수업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재능과 능력이 아닌 학생들의 재능과 능력으로 수학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수학 수업을 하고자 한다. 교사의 권위가 아닌 교사의 열정이 학생들의 수학 수업을 바꿀 수 있다는 관점으로 노력 하고자 한다.

교사가 아닌 학생이 빛나는 수업! 유쾌하고 진지한 배움이 살아 있는 수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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