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은 만년고 교사

“무릇 군주란 사랑과 두려움을 모두 받아야 좋지만 그중에 굳이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사랑보다 두려움을 택해야 한다.” 마키아벨리 <군주론>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교직에 들어서고 읽은 <군주론>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리더가 읽어야 할 이상적인 지도서라기보다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혀주는 지침서랄까.

모든 사회생활이 다 그렇겠지만 교사도 관계가 가장 어렵다. 처음에는 인기 있는 선생님이 되고자 학생들에게 사랑으로 뛰어들지만 상처받기 십상이다. 혹은 애정으로 오인한 권력으로 학생들 사이에 집착하다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존중의 중요성을 깨달아간다.

교직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통제를 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규율에 붙잡아 두어야 하고, 다른 대상과 비교하며 평가해야 한다. 그렇다고 애들을 휘어잡는 무서운 선생님은 욕을 먹지만, 못 잡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눈 질끈 감고 허용해주면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요, 끈기 있게 지도하면 인권침해가 되기도 한다. 일 대 다수라는 관계의 특성, 어른과 미성년의 관계, 그리고 대상이 청소년기라는 질풍노도 시기의 학생들인데다 다양한 존재에게 골고루 올바르고 유용한 가르침을 전달해야 제한이 있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교사가 되는 길은 힘들기만 하다.

물론 두려움이란 가히 무지막지한 폭력이나 강압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학생들은 잘 가르치는 교사를 좋아한다. 스스로가 수업에서건 학급관리건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리고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모범적인 자세는 교사의 가장 큰 방패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저 사명감만으로 뛰어들기에는 버라이어티하기만 한 교단은 녹록지 않다. 인기 있는 선생님이면서 일정 거리를 두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풀리지 않는 딜레마이자 교사가 풀어야 하는 숙제일 것이다.

어찌됐건 모든 교사의 가장 큰 꿈은 존경받는 선생님 아니겠는가. 요즘엔 교사라고 하면 학생들을 다루는 일이 얼마나 힘드냐며 위로를 받는다. 그만큼 교권이 땅에 떨어진 것을 전제로 깔고 있지만, 실제 현장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 이면의 고민들에 대해 무어라 표현하기 힘들다. 아무리 교권이 추락하였다 하더라도 여전히 관계는 유지되고 오늘도 많은 교사들은 아이들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학부모가 된 친구들에게 이럴 때 교사는 어때? 이럴 땐 이렇게 전화해도 돼? 라는 질문을 받는다. 의무와 권리를 떠나 상호간의 존중이 관계의 기반이 되는 것은 교단도 다를 바 없다. 어찌되었건 교사는 부모 친척 이외에 학생들이 기댈 수 있고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어른 아닌가. 서로의 존중이 쌓여 존경받는 선생님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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