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석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장

 

어릴적 필자와 연배가 비슷한 사람들이 겪은 추억 중 하나가 추석과 설 명절을 설레며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즈음 고향을 떠나 서울로 돈 벌러 올라간 형, 누나들이 사오는 선물 보따리와 손에 쥐어주는 용돈은 최고의 기쁨이었다. 70년대는 국가 경제개발의 영향으로 도시화가 진행되고 농촌인구가 도시로의 유입이 본격적으로 진척되던 시기였다.

따라서 농촌지역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는 이촌향도 현상이 두드러졌고 우리 마을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억을 하나 더 되살리면 도시로 나갔던 사람들이 명절을 쇠러 고향에 오고 갈 때 회사가 마련해준 귀향(경)버스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시절만 해도 귀향차량 제공이 회사가 복지차원에서 직원을 우대해 주는 것으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러한 혜택은 회사가 인력유출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도 같다. 설·추석은 타지에 나갔던 근로자들이 고향에 모여 회사의 정보나 구인정보 등을 전달하고 공유하는 장이 됐던 것이다. 대칭적 정보시대에 다른 회사의 업무내용이나 임금수준, 복리 혜택 등을 접하며 요즘 말하는 인력소개, 인력스카우트와 추천이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회사는 소속 노동자들이 다른 회사로 전직을 못하도록 단체버스로 편의를 제공해 인력유출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던 듯하다. 사실 이 시절만 해도 인구의 이동은 노동의 이동을 초래했다.

노동의 이동은 한 회사로 보면 손실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여러가지 긍정적 효과를 거뒀다. 노동의 이동으로 앞선 기업의 기술이나 노하우가 전수됐고 작업방법이 혁신됐으며 보다 나은 임금으로 근로자의 경제적 부가 축적되는 등 효과가 있었다. 기업 입장에서도 숙련된 노동자를 타 기업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근로자에 대한 인간적 대우 등 관리의 과학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어찌 보면 한국 사회는 좁은 영토와 인구집적, 급격한 도시화로 노동의 이동이 빨라진 면이 있다. 역설적이지만 한국전쟁으로 인해 군사도로가 생기고 피난지로 떠나는 등의 사유로 인구의 이동이 빨라졌다는 의견도 있다.

인구의 이동은 그 요인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되는데 과거엔 정치적 목적에 따른 강제적 이동이 많았으며, 개인적 사유에 따라 일시적 이동과 영구적 이동으로 구분된다. 물론 현대사회로 들어와선 경제적 이유인 고용기회를 찾아 주로 도시로 이동하거나 자연과 더불어 더욱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귀농이나 귀촌 등 농촌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편 농촌인구의 감소로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이동은 줄어들고 도시 간의 이동이 활발하다. 특히 대도시에서 주변의 위성도시, 신도시로의 유입이 활발하여 인구의 역도시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 경우의 대표적인 예가 대전에서 세종으로의 인구이동일 것이다.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에 전국의 인구이동수가 40여 년 만에 가장 최저를 기록했는데 그 수는 715만 4000명을 기록했다. 인구 100명당 인구이동률은 14%로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20대 및 30대 인구가 줄어들면서 인구이동은 감소추세이며 지난해의 경우 8월 주택시장 대책 여파로 9월 이후 이동자수가 전년대비 6%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인구이동의 사유론 주택이 41.3%, 가족 23.4% 그리고 직업 20.5%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구 순유출이 높은 서울, 부산, 대전은 주택문제로 전출이 많고 울산은 직업 문제로 유출이 많다 한다. 특이한 점은 세종의 경우 순유입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13.3%를 기록하고 인구수는 올해 30만을 돌파하였는데 이중 대전에서 전입한 경우가 40.3%를 기록했다. 반면 대전시 인구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150만 명이 무너지고 149만 6123명으로 20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다. 과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타 지역에서 인구를 끌어들이던 대전이 최근에는 유출이 더 많아지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구이동이 줄어든 사유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인구감소, 집값 여파로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으로 보인다. 통계에서 보듯이 주택 등 부동산이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알 수 있다. 출산율로 인구를 늘리지 못하는 한 인구유출을 막아야 할 행정당국의 정책 우선 순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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