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1974년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44여 년간 17명이 일 년에 4번씩 지금까지 만나고 있다. 이 모임은 우리들의 인생과 함께하고 있다. 육십이 넘어서는 일 년에 한 번은 트레킹하기 좋은 곳으로 일박을 하는 일정을 만들었다. 단,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다니기로 했다. 그 이유는 모두가 현직에서 은퇴해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다음으로는 그 동안 열심히 학교에서 근무만 한 관계로 사회를 너무 모르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을 통해서 변해가고 있는 세상을 체험하고 배워서 뒤떨어지지 않는 노년을 보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작년에는 여수 앞바다에 있는 금오도를 다녀왔다. 금오도 비렁길 3, 4, 5 코스를 함께 걸으며 호수같은 바다를 보면서 감탄을 하면서 흘러간 세월에 대한 아쉬움을 각색 없이 있는 그대로 말해보기도 했다. 또한 육지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해산물도 맛보았다. 트레킹코스와 친구들이 하나가 되니 돌아오는 무궁화호 열차가 너무나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여행을 했었다.

올해는 강릉을 중심으로 정동-심곡 부채길과 강릉바우길 일부를 트레킹하는 코스를 계획했다. 친구들이 사는 곳이 서울, 충남은 공주, 예산, 천안 세 곳이고 청주 그리고 대전으로 흩어져있다. 그래서 계획한 날 정오까지 각자 강릉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도착하도록 했더니 모두들 열차와 버스를 이용해서 잘 도착했다. 그리고 미리 확인해 놓은 정동진으로 가는 좌석버스를 타니 평일이라서 그런지 우리들만 타고 가는 마치 전세버스 같았다. 정동진 방향 출발점에 도착해서 부채길 계단을 내려가면서 보니 때죽나무 꽃들이 하얗게 피어있었다. 그리고 바닷가 경치 좋은 곳에 이런 길을 만들기 위해서 행정기관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이 곳곳에 나타나있었다. 지방자치시대가 우리에게 준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낀다. 부채길이 2.9㎞밖에 안돼 왕복을 하면 돌아가는 버스 타는 시간과 연결이 잘 돼서 안성맞춤인데 몇몇 친구들은 한사코 힘들다고 싫단다. 계획을 변경해서 심곡에서 택시를 타고 정동진으로 오는 방법을 택했다. 노년에는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시간을 투자하면서 노력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벌써 친구들 사이에 체력에 차이가 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리 예약한 선교장에서 1박을 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오죽헌은 잘 알지만 선교장(船橋莊)은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선교장을 처음 듣는다는 친구들이 있었다. 세종대왕 형인 효령대군 11대손인 이내번이라는 사람이 100칸이 넘는 건물을 졌는데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 소개되어 조선후기 사대부들이 관동유람에서 반드시 들렀다는 곳이다. 선교장은 말 그대로 배다리 끝의 집이다. 이는 옛날에 바다에서 배가 접안할 때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 집까지 들어오는 다리를 놓았던 것 때문에 유래된 듯하다. 개인 소유로 되어 있으며 국가문화재로 관리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숙박시설자체가 문화재이다. 새벽에 일어나 친구들과 선교장 둘레 길을 걸으면서 어제 우리가 걸었던 부채길 산책의 즐거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걷고 있는데 중국 대학생들이 관광하러 오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경포대 강릉 바우길 일부인 솔밭 길을 걷는 것도 참 좋았다.

젊었을 때는 친구들과의 만남에 대한 소중함을 잘 몰랐었다. 나이를 들어가면서 계속 만나다보니 묵은지의 구수한 깊은 맛을 우리들이 좋아하듯이 젊은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가 참 편하다고 좋다는 생각이 들면서 묵은지 같은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오랜 세월 함께했기 때문에 보이고 감추고 할 것이 없는 것이 우리들을 더 편하게 하는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느껴진 것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오랜 시간에 걸쳐서 쌓여진 믿음과 신뢰가 우리들의 만남을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그 만남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늙어가면서 느낄 수 있는 정신적 자산의 풍요로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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