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한국 R&B 뮤지션 크러쉬(왼쪽), 딘

 

꿀렁거리는 비트에 흐느적거리는 보컬, 최근 알앤비의 특징이다. 국내 R&B씬에서 주목받고 있는 크러쉬와 딘이 표방하는 알앤비는 요즘 트렌드인 PB R&B의 성향을 짙게 띈다. PB R&B는 신선함을 추구하고 실험적이며 비주류를 대변하는 힙스터들이 주도하는 음악이다. 크러쉬와 딘은 최근 몇년새 활발한 음악활동과 음원차트를 장악하며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 트렌디한 감성이 무기, 크러쉬

2012년 싱글 'Red Dress'로 데뷔한 크러쉬는 감미로운 보컬에 프로듀싱 능력으로 주목을 받는 아티스트다. 2013년 스윙스가 피처링한 'Crush On You'로 최우수 R&B 소울음반상을 수상했으며, 드라마 '도깨비' OST곡 '뷰티풀(Beautiful)'로 대중적인 지지를 받았다. 2016년 'Wonderlust'를 발매, 7개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크러쉬는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소화해낸다. 그가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 보컬까지 전반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피처링에 그의 이름이 들어간 곡이 수두룩한데 인기곡들도 상당하다. 

크러쉬가 자이언티와 콜라보한 '그냥'이나 앨범 'Wonderlust'의 '어떻게 지내'가 차분하고 섬세한 새벽감성 느낌이라면, 'Crush On You'나 '오아시스'는 느린 비트에 끈적한 소울과 힙합색깔이 강한 블랙뮤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의 진한 보컬이 두드러지는 'SOFA'나 '잊어버리지마'는 이별의 슬픈 감성을 다루고, '먼지'는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면서 힙합적인 요소가 있지만 보컬을 가미해 개성있게 들린다. 최근 발표한 '잊을만하면'은 흔한 이별노래의 감성을 노래하지만 트렌디하게 프로듀싱해 새롭게 들린다. 사운드의 재배치와 장르의 혼합으로 새롭게 들리게 하는 것, 이게 크러쉬의 가장 큰 무기다.

# 세련된 감각, 음색깡패 딘(DEAN)

'인디고 차일드'로 불리는 딘은 미국 데뷔 이후 국내 데뷔앨범 '130 mood : TRBL'로 PB알앤비의 장르와 색깔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딘은 엑소의 'black pearl', 빅스의 '저주인형', 존박의 'U' 등을 작곡한 작곡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미국 활동 중 밀라J, 에릭 벨린저 등 현지 아티스트와 콜라보한 무대가 화제를 모았고, 미국 대형 레코드사 레이블 유니버설 뮤직과 계약을 맺었다. 2015년 7월 미국 유명 R&B 아티스트 겸 프로듀서 에릭 벨린저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I'm not sorry'나 미국 밴드 디 인터넷의 보컬 시드와 콜라보로 작업한 'Love'에서 서로 상반된 느낌으로 R&B의 매력을 충분히 들려준다.

그가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위켄드(The Weeknd)로 대표되는 PB R&B의 신흥주자라는 사실은 US 싱글 'I'm not sorry', 'Put my hands on you'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꿀렁거리는 비트에 그루브한 느낌의 보컬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딘이 2016년 발표한 EP앨범의 타이틀곡 'D(half moon)'의 차트 역주행은 그의 대중적 인기를 입증한다. 특히 후렴구 '난 너의 반, 반 반의 반의 반도 채워주질 못하네' 특유의 음색과 리듬있는 보컬은 타의 추종이 불허하다.   

2017년 발표한 'Limbo'의 '불청객'과 '넘어와'는 진득한 보컬이 아닌 담백한 보컬로 아날로그적 느낌을 전달하고, 2017년 말 '인스타그램'에서는 또 한번 세련된 감각을 연출해낸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느낀 상대적 박탈감과 내면의 공허함을 고백한다. 힘을 뺀 목소리로 읊조리다 리듬을 타는 구성이 감각적이다. 가사로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세련된 표현력이 딘의 강점이라 할 수 있겠다. 

크러쉬와 딘, 이 두 사람의 강점은 특별한 방송활동 없이도 '믿고 듣는' 음악성으로 승부하는 데 있다. 최근 R&B, 힙합의 트렌드를 정확히 간파하는데다 자신들의 장점, 프로듀싱 능력으로 음악세계를 구축하며 젊은 음악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들의 음악 성적과 인기는 당연한 성과로 보인다. 다양한 장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며 R&B씬을 지배하는 크러쉬와 딘, 그들의 음악적 행보가 무척 기대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