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브리핑’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6월 3주차 브리핑>

김성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민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화 돋우는 자유한국당의 ‘망언 유전자’

- ‘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로다(口禍之門 舌斬身刀).’ 전당서(全唐書) 설시(舌詩) 편에 소개된 당나라 재상 풍도(馮道)의 격언은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금과옥조(金科玉條)다. 특히 말로써 살아가는 정치인들에게 이는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뼈에 새겨야 금언(金言)이다. 그러나 고래(古來)로 입을 잘못 놀려 패가망신하는 정치인들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은 조심한다고 조심해지는 게 아님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흉중에 있는 말이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올 수 있으니, 말을 다듬을 것이 아니라 먼저 인격을 다듬어야 한다는 뜻이다.

- 지난 한 주간 이러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우쳐준 정당이 있다. 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를 전후해 막말 잔치를 벌이며 국민들의 화를 돋웠다. 그 시작은 정태옥 의원이었다. 그는 지난 7일 한 정치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는 정치사에 남을 유명한 망언을 했다. 그의 ‘이부망천’ 망언은 이후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자유한국당을 더욱 좋지 않은 상황으로 몰아갔다. 그 결과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재보선 12곳 중 1곳, 광역단체장 17곳 중 2곳, 기초단체장 226곳 중 53곳의 당선에 그치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 또 하나의 망언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대국민 사과를 하는 현장에서 터져나왔다. 이번에는 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중진 정진석 의원이 주인공이었다. 그는 15일 당 의원총회를 마치고 사죄 퍼포먼스를 위해 국회 로텐더홀로 이동하던 중 기자들에게 “(자유한국당이) 세월호처럼 완전히 침몰했다”고 선거 결과를 촌평했다. 당이 참패한 현실을 묘사한답시고 세월호 침몰 사건을 끌어다 비유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헤아렸다면 저 상황에서 저런 비유는 나오지 않았겠지만, 불행하게도 정 의원에게 세월호 참사는 단순히 ‘큰 배가 완전히 가라앉은 일’ 정도로만 머리에 남아있었던 것 같다.

- 따지고 보면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막말 전통은 유구하다. 이제는 전 대표가 된 홍준표 대표부터가 지난 5월 2일 창원에서 열린 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에서 피켓을 시위대를 향해 “창원에는 원래 빨갱이가 많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지난 3월 22일 김기현 울산시장 비리 수사를 위해 경찰이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한 것에 항의하며 “경찰이 정권의 개가 되어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 등의 폭언을 쏟아낸 적이 있다. 이번에 또 다른 막말로 논란을 빚은 정진석 의원은 지난해 9월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부부싸움 끝에 목숨을 끊었다”, “댓글정치의 원조는 노무현이다” 등의 근거 없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지금은 야인이 된 류여해 전 최고위원도 지난해 11월 포항 지진 당시 “포항 지진은 문재인 정부에게 하늘이 주는 경고”라는 발언을 해 자연재해를 정치공세에 이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당시 고위관료인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국민은 개돼지” 발언과 지난해 7월 당 소속 김학철 충북도의원의 “국민이 레밍 같다”는 망언도 자유한국당의 망언사에 이름을 올렸다.

-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유한국당의 망언이 잇따르는 것에 대해 ‘철학적 빈곤’, ‘국민을 낮잡아 보는 우월의식’ 등 때문이라며 비판적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번 ‘이부망천’ 망언과 정진석 의원의 ‘세월호처럼 침몰’ 망언에 대해 각 온라인 커뮤니티에 달린 댓글에는 “헌집이 사람 바뀐다고 새집 되나”, “자유한국당이 자유한국당 했네요 뭘”, “저들이 과연 사람인가 의심이 됨”, “진정성 있는 사과는 사퇴죠. 말로만 하면 쇼고요”, “이런 당이 과연 남아있어야 할 가치가 있나요?”, “2년 뒤에 봅시다. 2년 뒤에”, “평상시 머릿속에 든 변을 입으로 지리는 거죠”, “일베의 본진답네요” 등등의 반응이 넘쳐났다.

-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품고 있다. 성숙한 말하기는 상대방에 대한 온전한 배려에서 비롯된다. 망언 릴레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한국당에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인격 수양과 타인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 겉으로 아무리 겸손함을 가장해도 권위적인 내면을 품고 있다면 필연적으로 설화(舌禍)를 부르게 됨을 잊지 말자.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