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 대전과학기술대 신문방송주간 교수 / 전 대전MBC 보도국장·뉴스앵커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 대전에서는 한 명의 유권자가 대전광역시장을 비롯해 교육감, 구청장, 시·구 지방의원 등 7명을 뽑기 위해서 투표했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 라고도 일컫는다. 중앙의 권력에서 벗어나 특정 지역주민들이 선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촌스럽지만 ‘동네방네 선거’라고도 말한다. 그런데 정작 동네 주민들은 관심이 낮았다. 대전 투표율은 58%, 전국 17개 시·도가운데 하위권 수준인 13위다. 대전 유권자 121만 9500여 명 가운데 50만 3000명 가까이가 투표를 하지 않았다. 대전 서구 전체 인구를 넘어선 수치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언론이 그렇게 광고와 홍보를 했는데도…. 대전시민 1000명 중 400명 이상은 투표를 포기했다는 얘기다. ‘누가 누군지?’ 7명이나 되니까 더 모른다. ‘후보자는 그 나물에 그 밥’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일까? 일곱 차례를 찍어야하니 기호와 후보자 이름을 써 가야만 할 정도였다.

하여튼 이번 선거는 여당의 독식속에 끝났다. 군소정당 후보들은 당선자 명단에 아예 명함도 내 밀지(?) 못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는데 ”누구를 찍었는지 이름은 모르겠다“는 농담아닌 진담을 하는 사람도 있다. 진보라고 내 세운 후보도 있었다. 교육정책이 진보·보수가 어디 있나? 그래서 교육을 이념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말라고 정당공천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한 후보자가 자신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 라고 표명했는데도 멋대로 ‘보수 후보’라고 기사를 작성했다. 이념대결이 아닌 미래 세대 교육을 위해 좋은 후보자를 선택하도록 여론을 전파해야 하지만, 이념 대결의 장으로 유도한 ‘황색 저널리즘’도 있었다. 지역 방송사의 ’후보자 초청토론회 방송’도 시청률이 높은 프라임 타임이 훨씬 지난, 밤 11시 이후나 낮 시간이었다.

소중한 한 표라지만 정말 후보자를 검증하고 ‘좋아하는 정당’ 투표 외에 후보자 자질을 보고 투표한 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오죽하면 ”내가 이번 선거에 몇 번으로만 출마했으면 당연히 당선됐다“고 비아냥 거릴까? ”당선된 저 후보는 나보다 나은 것이 정말 없다“면서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후보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 중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이 선거다. 이번 선거는 여당 압승, 즉, 민주당 독식으로 끝났다. 대전만 해도 시장부터 5명의 구청장, 의회 22석중 비례대표를 제외한 선출직을 모두 휩쓸었다. 그 어떤 지방정부보다 강력한 행정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 여당 후보의 병역면제와 허위 장애인등록 의혹을 제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정당의 지지를 업고 특정 기호 후보들이 싹쓸이 한 선거였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 이 독식 구조에서 자기 편(?)끼리 대전시와 구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은 후보시절 당정협의회 정례화를 약속했다. 자칫 지방정치가 정치논리로 휘둘릴 우려가 있다. 낙마한 권선택 전 시장도 자신의 운명이 걸려있었던 대법원 선고 하루를 앞두고 자신이 소속된 대전시 당의 일방적인 당정협의회 요구로 마음이 심란한 가운데 회의에 참석해야만 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더구나 이번 허 시장 선거캠프에는 대전시에 대한 알토란 비판 세력이었던 시민단체 인사들이 참여한 점이다. 허 시장의 후보자시절 발가락 고의 절단 여부와 명확한 증거가 있었던 장애인 허위등록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소위, 진보라고 내 세우는 대전 시민단체들은 거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캠프에 참여한 이들이 수고했다면서 논공행상(論功行賞) 식으로 시정운영에 참여한다면 지지를 보내 준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나 자신도 4년전 전임 시장 선거캠프의 대변인 직을 수행했지만, 당선이 확정된 개표 당일 밤 자정에 조용히 캠프를 나왔다. 다음 날 선거캠프 해단식도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내 원래 자리로 복귀했다. 신임 허 시장은 당선소감을 통해 ”정책과정은 더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이번 선거는 유명한 광고 카피 ”앞 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0000“ 식으로 똑 같은 번호(기호) 후보가 줄줄이 당선되었다. 전국 중·고등학교에 1학년 1반 학생들만 모두 공부를 잘 할까? 특정 기호, 줄줄이 당선자들은 모두가 훌륭해서 뽑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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