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맏형격인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이 20일 탈당 의사를 밝혔다. 서 의원의 탈당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 내외에서 강하게 주장돼 온 계파 청산이 6·13 지방선거 참패로 가시화될지 주목된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열린 한국당 충청권 의원모임(간사 최연혜)이 계파 갈등의 한 축으로 비춰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평생 몸담았던 당을 떠나며’란 제목의 글을 올려 “저는 오늘 오랫동안 몸을 담고 마음을 다했던 당을 떠난다. 총선 패배 이후 벌써 2년여 동안 고민해 왔다.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눈물은 흘리지 않겠다.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병은 결코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라고 했다. 저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제가 당에 도움을 드릴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드리겠다”라고 했다.

서 의원은 “당이 위기에 제대로 대응치 못하고 거듭된 실수로 결국 국민의 마지막 심판을 받았다. 당은 해체의 위기에 몰렸다”며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기 못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보수진영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당이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의 분쟁이 끝없이 반복되며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역사에 기록될 ‘비극적 도돌이표’다”라며 “제가 자리를 비켜드리고자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다. 결국 ‘친이’, ‘친박’의 분쟁이 두분의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지 않았나? 역사는 그렇게 기술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도 서울 모처에서 열린 충청권 의원모임에 참석, 서 의원 탈당을 의식한 듯 “요즘 가만이 있는데도 계파 이야기만 나오면 제 이름이 거론된다”라며 계파 논의 자체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최연혜 의원(비례)은 모임 직후 “소그룹(충청권 의원모임 등) 모임이 있게 되면 자꾸 오해와 왜곡(계파 갈등)이 많이 된다는 말도 나왔다”며 “소그룹별로 얘기하는 건 당 쇄신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모임에는 김태흠(충남 보령·서천), 성일종(〃 서산·태안) 의원이 개인 일정으로 불참한 가운데, 정우택(충북 청주 상당),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홍문표(〃 홍성·예산), 이명수(〃 아산갑), 정용기(대전 대덕), 이종배(충북 충주), 유민봉(비례) 의원 등이 참석해 계파 갈등에 우려를 표했다.

한편, 한국당은 21일 의원총회를 개최해 ‘김성태 혁신안’과 한 초선의원 휴대전화에서 “목을 친다”는 메모가 포착돼 계파 갈등이 불거지는 상황에 계파 청산을 위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서울=강성대 기자 kstar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