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충남지사 당선인이 공식 취임도 하지 않은 마당에 국비 확보 전선의 전면에 나선다. 지난 3월 안희정 전 지사의 성추문 폭로에 이은 불명예 퇴진으로 충남도가 넉 달째 초유의 지사 궐위 사태를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안 전 지사가 이른바 ‘대권잠룡’으로 상종가를 치던 시절, 도는 치열한 예산확보 전국전에서 보이지 않는 ‘안희정 프리미엄’을 누렸다는 게 관가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지만 안 전 지사의 낙마와 함께 도세(道勢)가 기운 지 오래다. 당장 내년도 살림 밑천부터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현실에 당선인 신분인 4선 국회의원 출신의 신임 지사가 스스로 리더십의 검증대에 오른 모양새다.

20일 민선 7기 도정 인수작업을 하고 있는 ‘더행복한충남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양 당선인은 다음주부터 국비 확보를 위한 전방위활동에 돌입한다. 오는 25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를 방문할 양 당선인은 도 국비전담팀을 이끌고 올라가 지역 현안을 직접 설명하고 정부예산 반영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어 28일 국회를 찾아 충청권 의원 등을 상대로 국비 확보에 전폭적인 협력을 당부할 것이라고 준비위 측은 전했다.

이처럼 양 당선인이 취임 전에 국비확보전에 뛰어드는 건 내년 정부예산 확보가 녹록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도는 내년 국가시행사업 2조 747억 6000만 원, 지방시행사업 4조 2252억 4000만 원 등 6조 3000억 원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달 도가 발표한 달성액은 5조 8723억 원으로 93.2% 수준이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올해 19조 1000억 원에서 내년 16조 9000억 원으로 11.1%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지만 도가 최근 수년간 ‘역대 최고’,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을 받아낸 것에 견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도는 지난해 2018년도 정부예산으로 5조 8104억 원(전년 대비 9.4% 증가)을 따냈고 이는 ‘역대 최고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2016년과 2017년에도 각각 4조 7498억 원(〃 9.5% 증가), 5조 3108억 원(〃 11.8% 증가) 등 도정 사상 최대 또는 최고의 규모를 확보한 바 있다. 안 전 지사가 재선을 거쳐 지역에서 몸집을 키우고 19대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하며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이때 도 공직자 사이에선 “안 지사가 뜨니 중앙부처에서도 충남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는 우쭐한 말이 오가기도 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8월 말까지 정부예산안을 심사해 9월 초 국회에 넘겨야 하기 때문에 지금이 국비 확보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기”라며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4선 의원 출신의 양 당선인이 빠듯한 도정 업무보고 일정에도 불구하고 국비 확보에 직접 나서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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