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준비할 시간 벌었지만
현실맞춤형 대책 시급 쓴소리도

내달 시행 예정인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갖기로 했다. 산업현장 혼란과 충격을 막고 근로시간 단축이 현장에 연착륙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에서의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시행을 열흘 앞둔 상황에서 이러한 결정이 나왔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정부는 20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회의를 열고 근로시간 단축 관련 올 연말까지 계도 기간을 갖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제도 연착륙을 위해 행정지도 감독은 처벌보다는 계도 중심으로 하고 올해 말까지 6개월 간 계도 기간·처벌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당·정·청 회의에 앞선 지난 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근로시간 단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 현실을 감안해 6개월의 계도기간이 필요하다는 건의문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연말·연초 이뤄지는 신규 채용 특성을 감안해 단속과 처벌보다 충분한 계도 기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골자다. 이낙연 총리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6개월 단속·처벌을 유예해 달라는 건의를 했고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근로시간 단축은 법 개정이 빠른 시간 내 이뤄진 감이 있기 때문에 준비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한다. 다만 시행 자체를 유예하기는 어렵고 연착륙을 위한 계도기간을 삼을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당·정·청은 중소·중견기업과 영세 소상공인, 건설업을 비롯해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어려움이 있는 사업장과 업종을 중심으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근로시간 단축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시행시기에 맞춰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했던 고용부도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준 셈이다. 고용부는 최장 근로시간 위반 사업장이 발생할 경우 이들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최장 6개월의 시정기간을 부여하는 방식의 ‘계도’ 형태로 근로시간 단축 시행 유예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쓴소리도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불과 열흘을 앞두고 유예를 결정했다는 점에서다. 지역의 한 기업인은 “그동안 근로시간 단축 시행의 유예 혹은 계도기간 부여에 대해 많은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늦게라도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선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업의 현실을 보다 면밀하고 정확히 살펴보고 그에 맞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쓴소리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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