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개 대학 베트남 유학생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의 날
오늘만 기다렸어요…베트남 유학생들이 가장 고대하는 날로 손꼽혀

지난 30일 열린 ICFOOD CUP에 참가한 선수가 박균익 대표와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축제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대전에서 베트남 유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축구대회가 열렸다.

아이씨푸드(대표 박균익)는 베트남 유학생 1000여 명을 대상으로 30일부터 이틀간 충남대 종합운동장에서 'ICFOOD CUP'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아이씨푸드와 박 대표는 ‘알 말한 사람은 다 아는’ 민간외교사절로 통한다.

이 대회만 벌써 10년째, 늘 같은 정성을 쏟으며 베트남 유학생들에게 친한(親韓)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ICFOOD CUP은 전국 3만 명의 베트남 유학생 중 15개 대학 1000여 명이 모이는 가장 큰 규모의 행사다. ‘베트남인의 월드컵’으로 불리며 유학생들이 1년 중 가장 고대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평소에는 고된 유학생활과 학업으로 인해 얼굴을 보기 힘들지만 이날만큼은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축구와 함께 회포를 풀 수 있다.

잔뜩 찌푸린 날씨 속 행사는 경기 시작 전부터 시끌벅적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친구들은 짐을 풀지도 않고 그동안 못 본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꽃을 피웠고, 출전하는 선수들은 우승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올해는 특별히 바자회도 열렸다. 행사관계자는 “선풍기, 조리식품, 화장품 등 유학생이 꼭 필요할 법한 물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물품 당 1000~2000원 싸게 유학생들에게 제공하고 판매한 금액은 다문화단체인 대전베트남교우회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자 여기저기서 응원의 목소리와 함께 해설자들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웃음꽃이 피어났다. 대학을 상징하는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과 응원하는 학생들 모두가 하나가 돼 축제를 즐겼다. 운동장을 누비는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호명 될 때마다 관중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고 경기 내내 양 팀 선수들의 스포츠정신은 빛을 발했다.

선수로 참여한 레 꾸앙 비잉(22) 씨는 “베트남 유학생이 이 행사를 모르면 간첩이다. 유학길에 오르기 전부터 익히 들어온 행사라 꼭 참가하고 싶었다”며 “올해 유학 마지막해라 이번 축구대회를 꼭 우승해서 우승컵을 들고 가고 싶다”고 결의를 다졌다. 4년째 유학중인 대학생 응웬 마 탕(25) 씨는 “매년 행사에 왔었는데 그때마다 느낌이 새롭다”며 “오늘은 한국에서의 정말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도 그리울 것 같다”고 말했다.

ICFOOD CUP을 참여했던 학생들은 귀국해서도 한국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유학생 시절 행사에 참석했던 응웬 반 전 대표와 하노이공과대학 교수 응웬 반 뀌 교수는 “한국에 있는 동안 ICFOOD CUP을 하는 날이 가장 기다려졌고, 힘든 타국 생활 속에서도 한국에서 학업을 마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ICFOOD CUP이 한국과 베트남 우호증진에 기여하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박 대표는 “한국에 유학을 온 대부분의 동남아 유학생들이 본국으로 귀국할 때 인종차별 등으로 인해 반한 감정을 가지고 떠난다는 사실에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며 “미래에 베트남 지도층이 될 유학생들에게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이들을 친한파로 만들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ICFOOD CUP을 개최하는 계기를 설명했다.

송승기 수습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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