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 충남대 교수,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

 

7월 1일부터 민선 7기가 시작됐다. 대한민국의 민선자치는 이제 건장한 성년이 된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지방자치는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책임있게 행동하는 성년의 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성년이 된 이상 그 책임을 더 이상 남에게 미룰 수는 없다. 민선 7기의 지방자치는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왜냐하면 6·13 지방선거 결과가 한국의 자치분권을 확대·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7년째를 맞은 가운데 그동안 지방자치와 분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온 결과, 지방자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최소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지방자치 실시로 나타난 큰 성과는 주민이 지역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실질적 성과도 있다. IMF 외환위기 등의 경제문제, 북핵문제와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사건 등의 남북간 긴장상태, 대통령 구속, 자살, 탄핵 등의 전대미문의 정치적 혼란기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즉 지방자치를 통해 중앙정국의 혼란과 불안이 지방으로까지 파급되는 현상을 최소화시키고, 여야간 또는 여여간 정권교체를 가능케 함으로써 정치발전을 이뤘다. 그로 인해 최근 남북평화 분위기 조성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성과만으로도 지방자치 실시에 소요되는 총비용을 보전하고도 남을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바로 국가사회에 미치는 이 혜택 때문에 선진국들은 앞다퉈 지방자치를 지키고 또 강화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긍정적 변화와 함께 지방자치제가 여전히 실망스럽고 우려할 만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는 점도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즉 비정상적인 지방선거의 제도와 관행, 일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고질적인 비리와 부패, 주민들의 신뢰를 못 받고 있는 지방의회, 강력한 중앙집권적 제도와 관행, 형식적인 주민 참여, 지방공무원 자치역량 미흡 등은 민선 6기에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6·13 지방선거 결과는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의 지방권력을 장악했기 때문에 자치분권에 대한 긍정적 기대효과를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현 정권의 안정적 국정 운영이 가능해짐과 동시에 정권이 지향하는 자치분권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또 자치단체간 협력과 대도시의 광역행정은 물론 권역별 초광역적 발전도 성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민선 7기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6·13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쟁점만 부각된 채 지방 이슈가 없는 지방선거였다.

그 결과, 중요한 직책을 맡을 후보들의 자질과 리더십은 철저하게 검증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한 후보들의 공약이 공론화되거나 토론 과정도 없었기 때문에 향후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으로 숙성될 기회도 갖지 못했다. 따라서 민선 7기에선 민선자치 부활 이후 아직도 근절되지 못한 지방자치의 비리와 부패, 낭비와 비능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혁신과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로 지방정치에서 일당 지배구조가 더욱 심화됐다. 따라서 특정 정당의 지역지배 구조는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에 종속시킬 가능성을 보다 크게 열어놓고 있다. 지방의회가 견제와 감시보다 거수기 역할에 그칠 가능성도 커졌다.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된 가운데 차기 총선이나 대선을 위한 당리당략적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지방자치의 미래는 어두워질 것이다. 따라서 건전한 언론과 시민단체가 얼마만큼 주민의 입장에서 지방행정을 감시·견제할 수 있느냐도 큰 숙제가 됐다. 요컨대 지방자치와 분권의 길은 힘들고 고단한 과정이지만 대한민국이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자치분권 확대와 강화는 새로운 시대정신이며, 민선 7기 성공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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