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산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무와 숲이 선사하는 청량감, 긴장감을 낮춰주는 물소리와 새 소리 등은 그 간의 피로를, 마음을 어지럽히던 해묵은 감정을 털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산의 효과를 보다 깊이,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다. 지난 2016년 문을 연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바로 그 곳이다. 초대원장으로 진흥원을 이끌어온 윤영균 원장을 만나 산림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왜 만들어졌나요?
“진흥원은 산림을 통해 국민들에게 복지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국민들의 건강은 물론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것이지요. 물론 과거부터 지금까지 늘 해오던 일이었습니다. 다만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보다 발전된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산림복지를 제공하기 위한 전문기관이 필요했고 그 일을 하는 곳이 바로 우리 한국산림복지진흥원입니다.”

- ‘산림복지’라는 게 정확히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이에 대한 후유증으로 양극화 문제 등 심각한 사회적 스트레스와 갈등이 발생했죠. 정부에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게 자연휴양림이죠. 국민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죠. 산에서 쉬는 것에서 시작해 산림교육과 산림치유라는 개념이 생겨났고 산악자전거, 산악스키, 패러글라이딩 등 산악레포츠를 즐기는 이들도 늘었습니다. 산림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모든 관심이 결국 산림복지 안에 있는 것이지요.”

-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무슨 일을 하나요?
“국민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산림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맞춤형 산림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출생기, 유아기, 청소년기,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 회년기로 나눠 시기마다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죠. 정신적·육체적 건강과 사회적 안녕을 위한 산림의 보전적 활용을 통해 국민에게 산림이 제공하는 자연 혜택을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 생애주기별 맞춤형 산림복지 서비스를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출생기 프로그램은 숲 태교를 들 수 있습니다. 최근 태아의 지능지수 향상과 산모의 정서적 안정 등을 위해 자연친화적인 태교에 대한 임신부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임기간 동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나들이 등 자연친화적 여가에 대한 욕구도 증가하는 추세죠. 이에 따라 마련한 게 숲태교입니다. 숲태교는 우울감과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모성 정체성과 자아 존중감을 증가시키는데 효과가 있습니다.

유아기 프로그램은 아이가 숲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오감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유아숲체험입니다. 유아숲체험은 놀이가 곧 수업입니다. 교사나 숲해설가의 지도에 따라 수업이 진행되기보다 아이 스스로 놀이 방법을 찾습니다. 숲에서는 특별한 놀잇감이나 교구도 필요 없습니다. 숲에 있는 모든 자연물이 놀잇감이죠.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합니다.

청소년기 프로그램은 청소년 숲교육입니다. 자아와 인격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시간인 청소년기는 어떤 생애 주기보다 가장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이 순수하게 에너지를 표출하기란 현재의 학교 시스템으로는 무척 제한적입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만으로 이루어진 거리, 숲과 동떨어진 교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친구인 아이들 숲은 청소년기에 배출되는 건강한 에너지를 순수한 방향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청년기에는 산에서 즐기는 각종 산악레포츠를 장려합니다. 일반적으로 산림휴양은 산림을 기반으로 하거나 이용하여 행해지는 야외 휴양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레포츠는 여가를 즐기면서 신체를 단련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따라서 산악레포츠는 산림에서 이루어지는 레포츠이며, 산림휴양 활동의 일부라 할 수 있습니다.

삶에 지친 중·장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산림휴양입니다. 숲을 벗삼아 만끽하는 상쾌한 휴식시간이죠. 산림치유는 도시의 문명을 벗어나 숲과 나무 자연 사이에서 이뤄집니다. 산림치유는 질병을 치료하는 개념이 아닌 건강의 유지와 면역력을 높이는 치유활동입니다. 산림치유의 숲 프로그램은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것으로 숲의 다양한 환경 요소들을 활용합니다.

숲에 가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집니다. 최근에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숲은 건강을 책임지는 치유공간으로의 의미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관, 소리, 피톤치드, 음이온 등과 같은 숲의 구성요소에는 심신안정과 스트레스 완화, 우울증 감소 등과 같이 건강을 향상기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자연이 주는 푸른 건강 선물인 산림치유가 노년기 프로그램입니다.

회년기 프로그램은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수목장림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수목장이란 화장한 분골을 나무와 함께 묻어주는 것으로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자연회귀 섭리에 따른 새로운 장례문화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순히 숲을 보고 느끼는 수준이 아니라 숲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다면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것을 숲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현대인이 고통 받는 병과 예상치 못한 새로운 질병 등도 숲을 통해 완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앞으로는 여유시간이 늘어나게 될 겁니다. 숲을 찾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벗어나 숲에서 느림의 미학을 배우길 희망합니다.

아울러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모두 국민을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서비스의 시작은 공공에서 비롯됐지만 앞으로는 민간에서도 함께하기를 희망합니다. 민간으로의 산림복지서비스 확대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아옵니다. 민간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시작하고 규모가 확대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어 나아갈 계획입니다.”

글=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사진=최종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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