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공포에 장마·폭염 겹쳐
바깥활동은 못하고 안에서만 놀아

마음껏 뛰어놀며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는 유치원생들이 좀처럼 바깥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날씨 때문이다. 미세먼지로 엄두도 내지못한데 이어 장마와 폭염으로 인해 야외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유치원 놀이교육과정에 따르면 아이들은 매일 실외활동 1시간과 실내 자유선택활동 1시간을 해야 한다. 비가 올 경우 실외활동은 강당 등의 실내에서 대근육활동으로 대체된다. 문제는 최근 몇 달간 아이들의 바깥 출입이 극히 제한적이었고 향후에도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세먼지가 맹위를 떨쳤던 지난 4~5월은 유치원생들에게 암흑기나 마찬가지였다. 미세먼지가 잦아들자 이번엔 장마와 폭염이 장애물로 다가왔다.

지난달 6일부터 지난 5일까지 미세먼지(PM10) 농도가 ‘좋음’을 보인 날은 약 13일이었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좋음’을 나타낸 날은 13일이었다. 바깥 활동을 할 수 있는 비교적 좋은 조건이었지만 실제 활동한 기간은 열흘이 채 되지 않았다. 비가 문제였다. 8일 기상청 국가기상종합정보 날씨누리에 따르면 같은 기간 대전에서 비가 내린 날은 12일이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좋음 수준을 보였던 날의 상당 일이 비가 내린 셈이다. 물론 비가 오는 날에도 물놀이 활동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있지만 연일 비가 올 경우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가능하다는 게 유치원의 설명이다.

더운 날씨도 아이들의 바깥 놀이에 영향을 준다.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졌던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는 낮기온이 최고 34도까지 올라 이 기간 아이들은 10분~20분 짧게 바깥놀이 활동을 했거나, 아예 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초미세먼지 기준이 대폭 강화된 가운데 지난 1일자로 초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 기준을 적용하면서 바깥놀이 활동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갇혀 있을 때와 바깥놀이 활동을 했을 때 스트레스와 수업 집중도에 있어 명확한 차이가 난다. 바깥놀이 활동을 하지 못하는 날이 잦아지면서 유치원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지역 한 유치원 원장은 “미세먼지와 함께 장마와 폭염까지 겹치면서 안에만 있는 아이들이 딱하기만 하다”며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체육 활동 프로그램이 있지만 바깥에 나가는 것 만큼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은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유치원 교사는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하루 2번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미세먼지와 함께 날씨 상황까지 파악해 날씨가 좋을 때 잠깐씩 바깥활동을 한다”며 “아이들에게 바깥활동이 꼭 필요해 날씨와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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