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잠정 판매 중지에 지역 병원들 안내 진땀

대전성모병원이 9일 병원 로비에 판매중지가 결정된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를 쓴 의약품을 처방하지 않았다는 안내문을 비치해놓고 있다. 대전성모병원 제공

보건당국이 발암물질 함유 가능성이 있는 고혈압약 128개 제품에 대해 잠정 판매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600만 고혈압환자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지역 병원들은 서둘러 문제가 되고 있는 원료의약품에 대한 처방여부를 확인하고, 약제관련 부서로 들어오는 문의를 일일이 응대하며 환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충남대병원과 대전성모병원, 대전선병원, 대전을지대병원, 건양대병원 등 지역 병원들은 판매중지가 결정된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를 쓴 의약품을 처방하지 않았다고 9일 밝혔다.

대전성모병원은 홈페이지 팝업창과 공지사항 게시판을 통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산 원료의약품 ‘발사르탄’ 원료 사용 품목 의약품(고혈압약)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안내했다. 또 병원 로비 곳곳에도 이와 관련한 안내판도 비치했다.

충남대병원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원내외 고혈압 치료제 처방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발암물질이 섞인 중국산 원료의약품 발사르탄 원료로 제조된 제품이 전혀 없습니다. 충남대병원에서 처방한 혈압약을 안심하시고 복용해 주십시오.”라고 안내했다. 대전을지대병원과 건양대병원도 전화문의에 일일이 응대하며 “원내에서 처방받은 고혈압약은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대전선병원도 “선메디컬센터에는 7일자로 판매중지된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로 제조된 제품을 처방하고 있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공지하고, 병원 이용객을 대상으로 환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안내문을 문자로 발송하기도 했다.

국내 고혈압 환자 인구가 지난 2016년 기준 589만 명에 달하고, 장기간 복용하고 있는 고령 환자가 많아 불안감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해당 약품 목록을 확인하기 위해 환자들이 식약처 홈페이지로 몰리면서 이날 홈페이지가 일시 마비되기도 했다. 또 지역 의원들 역시 빗발치는 전화문의로 진료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일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원료의약품 가운데 중국 ‘제지앙 화아이’사에서 제조한 발사르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국내 82개사 219개 제품에 대해 잠정적인 판매조치 등을 했다가 9일 91개 제품에 한해 판매를 재개했다. 나머지 128개 품목의 잠정 판매 및 제조중지는 유지된다.

이번 조치는 유럽의약품안전청(EMA)에서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불순물을 확인하고, 제품을 회수한 데 따라 이뤄졌다. 발견된 불순물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2A군으로 분류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으로 ‘인간에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잠정 판매 중지된 제품은 국내에 허가된 혈압약 2690종의 8.1%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3년간 발사르탄 수입량은 11만 6513㎏으로 이 중 제지앙 화하이에서 제조한 것은 1만3 770㎏(11.8%)이다.

식약처는 고혈압 환자가 판매 중지된 제품을 복용하고 있더라도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기보다 의사와 상의할 것을 당부했다. 갑자기 약을 끊으면 혈압이 갑자기 올라 뇌출혈이 생기거나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부 제약사들은 원료를 수입했으나 실제 사용하지 않았다거나 허가를 받고 시장성 문제로 생산은 하지 않은 곳도 있어 추가 조사로 판매중지 해제되는 제품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정 판매중지 등 관련 제품 목록은 식약처 홈페이지(www.mfds.go.kr) 또는 이지드럭(ezdrug.mfd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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