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공무원증 있는데 새 명찰 제작 지시에 "예산 낭비" 반발
구내식당 자리 없어 돌아가며 먹는 데 '12시~1시까지' 못박아

 이재명, 명찰 패용·점심시간 엄수 지시했다 체면 구겨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 제공=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직원들을 상대로 '전 직원 명찰 패용'을 지시한 것과 관련, 경기도 공직사회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직원들을 상대로 한 이 지사의 이같은 지시를 놓고 '공직기강 확립 차원'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점령군 행세를 하려는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만만치 않아 이 지사가 취임 후 맞게된 첫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 지 주목된다.

  경기도 자치행정국 총무과는 지난 5일 내부행정망 공람을 통해 '빠른시일 내 전 직원이 근무시간에 명찰을 패용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각 과에 지시했다. 이와 함께 총무과는 가로 6cm, 세로 2.2cm 크기의 아크릴 재질 명찰에 소속, 직원 이름을 넣으라고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형태도 기존 공무원증처럼 목에 거는 형태가 아닌 가슴에 패용하는 형태였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공무원노조가 발끈하고 나섰다. 대민업무보다는 정책업무를 주로 하는 광역단체로서 불필요한 예산낭비인데다 가슴에 옷핀으로 패용하는 행태는 옷감을 상하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이같은 항의의 뜻을 이 지사에게 전달했고, 결국 명찰제작 지시는 보류된 상태다.

  이 지사는 명찰 패용 지시 이전에도 공무원들과 한 차례 충돌을 빚은 바 있다. 
  지난 3일 '중식시간 이행 등 복무규정 준수 철저 알림'이란 공람을 내려 낮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을 엄수할 것을 주문했는데, 이 역시 직원들의 불만을 샀다. 구내식당 좌석이 330석에 불과한 가운데 이보다 3배가 넘는 직원들이 동시에 식사를 마칠 수 없어 교대로 식사를 하는 현실을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현실과 맞지 않는다든지 다소 고압적으로 느껴질 만한 지시가 잇따라 내려오고 있는 것에 대해 공직사회 내부에선 말로 표현하진 못해도 적지 않은 불만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기도청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생각난다"면서 "이 지사가 잘못된 지시를 내리면 누군가는 욕을 먹더라도 지적해야 하는데, 취임 초기 서슬퍼런 권력 앞에 그럴 수 있는 간부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간부들이 도지사의 뜻을 확대해석해 과잉충성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있다. 
  이에 대해 총무과는 "이 지사가 실·국장 면담에서 명찰 패용을 주문했다고 해 기존 공무원증을 대체할 새 명찰 제작으로 이해했는데 논란이 일어 재검토하기로 했다"며 "중식시간 준수는 1년에 3∼4차례 공람하고 있는 만큼 이 지사를 의식한 지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재명 기자 lapa8@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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