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한 달도 안 지나 집안 싸움
눈살 찌푸리게 하는 대전 중구의회 파행

6·13 지방선거에서 ‘역대급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선거를 치른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오만방자함을 드러내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제8대 전반기 의장 선출을 놓고 내홍이 촉발된 대전 중구의회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이 7석, 자유한국당이 5석을 차지하고 있는 중구의회는 지난 6일 재선의 서명석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한 데 이어 이날 부의장을 뽑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서 의장을 제외한 민주당 소속 의원 6명이 표결에 참가하지 않아 의결정족수(7명)를 채우지 못하며, 10일까지 네 차례 시도를 했지만 부의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이는 당내에서 합의 추대키로 한 3선의 육상래 의원을 제쳐 두고 올 3월 입당한 서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찬성 6표, 반대 5표)됐기 때문으로, 서 의장과 한국당 의원들 간에 물밑 합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말이 의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또 민주당 안선영 의원이 의장 선거에 왜 불참했는지 그 배경을 두고도 이런저런 말이 나돌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인들이 원치 않은 의장이 선출되자 단독 입후보한 한국당 후보(김연수 의원)의 부의장 당선을 막기 위해 표결을 보이콧하는 것으로, 서 의장은 ‘무늬만 민주당’인 모양새가 됐다. 서 의장이 당론 위배에 대한 징계를 감수하면서 의장직에 올랐고, 징계가 이뤄지면 탈당해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한국당으로 복당할 수 있다는 억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처럼 감투싸움으로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분열하면서 중구의회는 첫 출발부터 파행을 겪어 지역 유권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서 의장은 10일 금강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육 의원을 의장으로 합의 추대하는 데 동의한 바 없다. 다선 원칙만 내세워 일방적으로 추대하는 것은 의장으로서 적합한지 검증하는 절차도 없고, 의회 민주주의에 맞지 않다. 지금 벌어진 사태는 어찌됐든 내가 포용하고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가 민주당을 탈당할 것이란 말을 하는 건 인격적 모독이다. 한국당에 갈 생각은 전혀 없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당당하게 의장이 된 만큼 오로지 25만 구민만 생각하며 의회를 이끌고 야당과 협치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중구의회 사태는 3선에 성공한 박용갑 구청장이 의회를 좌지우지하려는 의도와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육 의원은 선거공보물에 박 청장과의 ‘30년 우정’을 과시하며 두터운 친분을 강조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이 압승을 거둬 제대로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이뤄지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구청장의 친구가 구회의 의장이 되는 게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이번 의장 선거에 작용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육 의원은 “내가 의장이 됐다 하더라도 한국당이 절반 가까이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 박 청장과 한통속이 돼 내 맘대로 의회를 이끌어 갈 수 없다”라며 “서 의장은 당론을 위배해 연장자(1948년생, 육 의원은 1958년생)임을 내세워 독자적 행동을 하고 한국당과 야합을 해 의장직에 올랐다. 중구지역위원회에서 대전시당에 서 의장에 대한 징계 요구를 했고, 서 의장은 내심 징계가 이뤄지길 바라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의장 선거에 불참한 안 의원은 “개인적 사정으로 중요한 첫 회의에 참석을 못했다. 100% 저의 불찰이다. 다른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 호된 신고식을 치렀고, 동료 의원들에게 죄송하다”라며 머리를 숙였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