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더위와 매일 사투…무더위 쉼터 등 보살핌 유일한 위안

지난 12일 올 들어 처음으로 대전에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찜통더위'가 본격화되자 동구 정동 쪽방거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16일 오전, 쪽방촌은 이미 땡볕에 한껏 달궈져 있었다.

“여름이 지나갈 때까지 잘 버티는 수밖에 없어. 버티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골목에서 만난 쪽방촌 주민 A(72) 씨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허름한 건물을 개조한 방에 거주하고 있다. 방문이 유일한 통로라 바람이 통할 틈이 없어 열기가 빠져 나가지 않고 있었다. 그는 “최근 며칠 해가 지고도 집이 너무 뜨거워 못 들어가고 있다”며 “밤까지 밖에 있다가 조금 선선해지면 그제야 들어가서 잠을 청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사방이 막힌 방안에서 그의 더위를 식혀주는 것은 선풍기 한 대가 전부다. 낡은 선풍기가 제아무리 용트림 한다고 해도 더위를 물릴 순 없다. 불어오는 바람은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전달해주는 역할뿐이다. 한쪽 벽면은 지난 장마로 상해 있었는데 그마저도 손쓰지 못해 방치된 채였다. 복도에 열린 문 사이로는 한 평 남짓한 방에 누워 연신 부채질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3년 여간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B(61) 씨의 방문을 여니 무서운 더위가 물씬 느껴졌다. B 씨가 염열(炎熱)을 피해 찾는 곳은 대전쪽방상담소다. 그는 “상담소에는 에어컨이 있어 시원하다”며 “그곳엔 제대로 된 세면 시설이 있어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할 수도 있고 빨래도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잠시 행복해했다.

주민 십 수 명이 더위를 피해 모이는 쪽방상담소는 인근 거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무더위 쉼터를 마련하는 등 여러 지원을 하고 있지만 모두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다. 거주민도 많을 뿐더러 열악한 시설을 단기간에 개선하기 힘든 탓이다. 상담소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는 지자체의 지원만으로는 힘들다”며 “재정적, 물리적 한계 때문에 임시방편에 머무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답답해했다.

더위와의 사투에 지자체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구는 쪽방상담소와 동 주민센터를 통해 쪽방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홀몸노인들을 대상으로 안부살피기와 위험요인 확인, 상담 등을 진행하는 한편 지역사회 복지자원을 활용해 아이스방석, 모기약 등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폭염에 대비해 쪽방거주민을 매일 방문하고 있다”며 “예산 상의 어려움이 있지만 여러 민간자원들의 도움을 받아 쪽방촌 거주민들이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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