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질환자 발생 급증 대전 12명 충남 32명
무더위 속 아파트 등 정전사고 위험도 커져

아스팔트는 끓어오르는 듯 열기를 내뿜고 행인들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깊은 숨을 내쉬었다. 16일 대전 도심 한복판의 표정이다.

연일 30도를 훌쩍 넘는 기온에 시민들은 연신 부채를 부치는 등 더위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시민 정 모(33·여) 씨는 “너무 덥다. 물을 마셔도 갈증이 계속 생긴다. 살도 따갑다.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관련기사 13·16·17면

무더위는 생명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일 폭염특보 발령 수준의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 발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16일 오전 11시경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샷시 작업을 하던 A(34) 씨가 온열증세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대전지역에서 최근 12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폭염 속 등산을 나섰다가 온열질환을 호소하거나 조난을 겪는 일도 빈번하다. 지난 14일 대전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이 충북 옥천 마성산에서 영동 천태산으로 등산을 하다 소식이 끊겨 경찰과 소방이 수색을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 오후 2시 11분경에는 아산에서 등산을 하던 70대 남성이 온열질환으로 병원에 이송되는 등 충남서만 최근 32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당분간 무더위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는 더 지치게 한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온열증세를 파악하기 쉽지 않고 119에 신고를 언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신속한 폭염 관련 정보 전달의 필요성을 당부하기도 한다. 50대 남성 박 모 씨는 “(온열질환이 발생한다 해도) ‘더워서 그렇겠지’라는 생각에 문제의 심각성을 모를 것 같다”며 “지자체나 언론 등을 통한 안내방송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평소에 비해 몸이 어지럽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이 있으면 바로 119 등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소방 관계자는 “더위가 계속되며 온열질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몸이 안 좋다면 신속히 119에 신고해 병원에서 바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전사고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아파트 등 인구밀집지역에선 더위가 이어지면 에어컨 등 냉장기 사용이 일시에 증가하기 때문에 수전설비에 과부하가 걸려 정전되는 일이 되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노후 아파트의 경우 수전설비가 과거 가구당 평균 전력사용량을 기준으로 마련된 탓에 전력사용량이 조금만 더 늘어도 정전의 위험이 높아진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용품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 20년 이상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수전설비 용량을 높이는 시설공사를 사전에 해 둘 필요가 있다고 한전은 설명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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